3.7조 이라크 천궁Ⅱ 수출…LIG넥스원-한화 갈등 새해에도 여전

'납품 단가' 두고 LIG넥스원 "비싸다" vs 한화 "합리적" 신경전
방사청 '난감'…3.7조 잭팟 터뜨렸지만 사업 무산 우려까지

지난해 11월 6일 서해지역에서 열린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작전요원들이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의 발사를 준비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11.6/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박응진 기자 = 3조 7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계약이 이행됐는데도 방산 업체 간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사업 무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업은 이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양측 모두 서로를 향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언제 합의점이 나올지 미지수다.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 역시 양측의 갈등에 난감해하며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패트리엇'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의 이라크 수출을 두고 체계종합기업인 LIG넥스원(079550)과 부체계 업체인 한화의 갈등이 새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수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납품 단가 등의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천궁-Ⅱ는 항공기는 물론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다. LIG넥스원은 미사일과 통합체계를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발사대와 차량을 만들고, 한화시스템(272210)은 탑재 레이더를 생산한다.

지난해 9월 체계종합기업인 LIG넥스원은 이라크와 단독으로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3조 7134억 원으로 지난해 맺어진 방산 수출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계약 직후 갈등이 불거졌다. 한화는 LIG넥스원이 자신들과 가격, 납기 등에 대한 협의 없이 단독으로 계약을 맺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라크에 앞서 맺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출 계약에선 3사가 공동으로 참여했었다.

이번 계약에서 이라크는 '조기 납품'을 요구했는데, 한화는 기존 계약 생산하면서 이라크 조기 납품을 위한 생산까지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LIG넥스원은 납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현수 LIG넥스원 이현수 해외사업부문장은 지난해 "한화 본사를 찾아가 '빨리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적도 있지만 답이 제대로 안 왔다"며 공개적으로 한화 측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자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3사 협조 회의를 열고 중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사청 중재로 3사는 '계약은 이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견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납품 단가를 두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은 체계종합기업인 LIG넥스원이 한화 측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불만을 갖고 있다.

반면, 한화 측은 체계종합기업인 LIG넥스원이 이라크측와의 세부 계약사항과 특수조건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으며 한화가 가격협상에 비협조적이라고 몰아간다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관계자는 "공동 참여하는 계약에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건 전례가 없는 사례"라고 못박았다.

가격이 쟁점이 되면서 방사청도 난감한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이 경우 사업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다행히 양측 모두 사업은 이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무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국 혼란으로 인해 정부가 협상 중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도 있다"며 "결국 정부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