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잇단 돌출행동…이번엔 운항본부장 고소
회사 세무조사 청원까지…파업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노이즈성 고육책
업계 전문가 "싸우다간 둘다 손해…노사 모두 양보해 타협점 찾아야"
- 심언기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잇단 돌출행동으로 사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회사를 세무조사 해달라고 청원할 계획을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회사측 운항본부장을 부당노동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제소했다.
3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달 26일 회사측의 운항본부장이 정당한 노조의 쟁의행위에 개입했다며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우편으로 고소장을 발송했다.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 운항본부장 명의로 조종사들 집으로 총 3차례 발송된 이른바 '가정통신문'과 사내 운항승무원 홈페이지인 '크루(crew)링크' 공지를 문제삼았다. 공지는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 투표가 불법적으로 이뤄졌으며, 투쟁에 동참할 경우 엄중 대처를 경고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사노조 측은 이러한 운항본부장의 행위가 노동조합 및노동관계조정법 81조에서 규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노무사를 선임해 법적대응을 검토해왔다.
조종사노조 측 노무사는 "쟁의행위 돌입 찬반 투표행위 중에 가정통신문을 보내서 회사가 개입해서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며 "'노조 수행명령'에 참여하면 개개인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고 참여하면 엄정 대처하겠다는 식의 가정통신문도 보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종사노조는 내주부터 세무당국에 회사를 세무조사해 달라는 요지의 청원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또 최근 발생한 일본 하네다 공항 엔진화재 사고와 관련한 사측 비판성명 발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조종사 노조의 대응이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운항본부장 고소 혐의로 지목한 부당노동행위는 일상의 노동과정이 아닌 쟁의과정에서 발생한 감정싸움이어서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다. 또 회사를 세무조사를 해달라는 것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하네다공항 엔진화재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순간에 발생한 아찔한 사건이다. 다행히도 기장과 승무원이 침착하게 대응해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지 않게 정지시키고 승객을 무사히 대피시켜 항공기 위기 대응 모범사례로 꼽힌다. 정비 불량 등으로 마냥 비난하기엔 지나친 데가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조종사 노조 대응은 항공업이 필수사업장으로 지정된 탓에 파업이 여의치않은 상황에서 투쟁동력을 잇기 위한 고육책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일반인의 정서가 점점 동떨어져 자칫 역풍이 불 가능성도 적지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한항공 노사양측이 서로 양보해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주문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조종사에게 파면이나 부기장 강등 중징계를 단행한 사측이나, 회사 세무조사를 주장하는 노조 양측 모두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며 "같이 망하면 다른 항공사들에만 이득이지 않느냐"고 딱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종사노조의 대응이 지나친 감이 있지만, 사측도 먼저 손을 내미는 대승적 자세가 없어 아쉽다"며 "숙련된 조종인력이 중국으로 자꾸 유출되면 결국 회사도, 승객도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
사측은 단협의 '12시간 비행시간 제한' 규정에 따라 운항을 거부한 기장을 파면시킨 데 이어 노조위원장까지 부기장으로 강등시키는 중징계를 잇따라 내놨다. 이에 맞서 조종사노조도 조양호 회장 등에 대한 잇단 고소고발로 막가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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