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원인 놓고 정부-업계 정면충돌…진실공방 불가피
'배터리 문제로 화재' 발표에 이례적으로 정면 반박
이미 수천억 손실에 부담 더 늘어나…물러설 수 없어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에 대해 정부 조사단과 배터리 업계가 정반대 결론을 내리면서 충돌했다. 업계는 조사단 발표로 인해 자칫 배터리 자체에 대한 안전성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6일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사고 5건 중 4건이 배터리 문제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1건은 배터리에 외부 물질이 접촉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배터리는 화재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는 업계 입장과 정반대 결과다.
이날 LG화학은 조사단 발표 직후 "지난 4개월 동안 실제 ESS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자체 실증 실험에선 화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성SDI도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의 배터리가 아니고 발화의 원인이 배터리라는 점도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사는 강한 어조로 조사단의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용융 흔적이 있다고 해서 발화지점이라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밝혔고, 삼성SDI는 "조사단이 주장하는 큰 전압 편차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 충남 예산 ESS 화재의 경우 '외부 환경 영향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부정했다.
ESS 화재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본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만 30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화재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삼성SDI도 최대 2000억원을 투자해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날 조사단이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발표하면서 '리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업계는 '조사단이 배터리 업체만 겨냥한다'며 반발한다. ESS는 배터리 외에도 전력변환장치(PCS) 등 부품업체와 운영시스템(EMS), 관리시스템(BMS), 설치·시공업체 등 4~5개 사업자가 함께 관여한 종합 시스템인데, '배터리 책임론'만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와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한 해외 ESS에선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며, 조사의 면밀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기에 배터리 업계에 총대를 메게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조사단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도 내부 발화시 나타나는 흔적을 발견하는 등 화재 원인을 정확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차 조사위의 분석, 실험검증, 현장조사 검토자료 등을 활용해 더욱 효과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했다고 본다. 업계가 주장하는 '프레임 조사'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측의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희가 볼 땐 조사단 발표의 근거가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너무 무리한 점도 있어 받아들 수 없는 성적표"라며 "이대로는 국내 ESS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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