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갈등 속 출범…갈길 먼 대우조선 인수

노조, 물적분할 주총 위법성 지적…대우조선 실사도 저지
대우조선 인수 실패해도 현대重은 이익 분석도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동해 강대한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번째 단추인 '물적분할'을 가까스로 끼어 맞추며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물적분할이라는 첫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이후 인수·합병으로 구성될 '조선통합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삐뚤어진 채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은 3일 오전 본점 소재지인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존의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해 출범한 존속회사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회사다.

지난 31일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KDB산업은행과 체결한 대우조선 인수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물적분할을 진행했다. 한국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의 지분 7%와 1조2500억원에 해당하는 우선주를 받는다는 조건이다.

◇물적분할 반대해온 현대重 노조 반발…법적 투쟁 예고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에 성공하면서 한국조선해양호(號)가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지만, 현대중공업의 노동조합이 물적분할을 의결한 임시주주총회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면서 향후 법적인 싸움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주총 당시 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들의 주총 참여를 고의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물적분할에 반대해온 현대중공업 노조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31일 주총이 개최되기 앞서 27일부터 주총장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펼치고 있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오전 10시에 계획했던 주총을 11시10분으로 미루고 장소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주총을 진행하려 했으나 노조 측의 농성으로 진행되지 못했고, 현장에 나와 있던 법원 감사인의 지도를 받아 적법하게 장소와 시간을 변경해 주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측은 장소 변경을 알린 시간이 본래 주총시간보다 30분이 지난 10시30분이었기 때문에 이를 고지받지 못한 주주들이 많았으며 물리적으로 이동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상당수의 소액 주주들이 주총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노조는 주식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에 급히 이동해 주총장을 찾아갔지만 거리가 20㎞가량 떨어져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으며, 도착한 조합원들도 경찰과 회사 측의 용역 인력의 저지로 주총장에 들어가 의견을 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31일 울산대학교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장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2019.5.31/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특히 노조는 현대중공업 전체 주식의 3.13%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의 조합장 또한 장소 변경에 대한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해 주총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문대성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은 "회사 회계부 직원들에게 주총과 관련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을 회피하고 일방적으로 끊었다"라며 "회사가 주주들의 이동을 위해 마련했다는 버스를 탔으나 출발하지 않았고, 동료의 차를 타고 주총장으로 향했으나 주총이 날치기로 통과됐다는 연락을 받고 황당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원래 주총 장소였던 한마음회관에는 농성 중이던 노조, 이들과 대립한 경찰, 주총에 참석하러 온 주주들, 취재진까지 수천명에 인파가 몰리면서 혼잡한 상황이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까지 평소에도 30~40분 걸리는 거리였기에 이날 조합원들의 대부분과 취재하던 기자들도 주총이 끝나기 전에 변경된 장소에 도착하지 못했다. 회사도 노조원들을 의식한 듯 11시10분 주총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속전속결로 의결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이날 주총이 위법했다고 보고 관련해 회사를 고소·고발하는 한편, 주총의 결정사항에 대한 효력발생이 즉각적으로 중단될 수 있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대우조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사 막아선 대우조선 노조…몸에 쇠사슬 걸고 반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현장실사도 거친 마찰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실사단은 이날부터 14일까지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를 비롯한 유형자산들에 대한 현장실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사 매각 철회를 주장해온 대우조선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조선소 입구를 인간 띠를 두르고 막아서면서 실사가 첫날부터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의 실사단 20여명은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실사단은 노조 측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매각 절차의 철회를 주장하면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실사단은 오후에도 다시 조선소 정문에서 노조 설득에 나섰으나 "돌아가라"라는 답변만 받았다. 일부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을 비롯해 일부 조합원들은 몸에 쇠사슬을 연결한 채 실사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몸에 자물쇠를 감고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현장실사를 거부하고 있다. 2019.6.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대우조선지회는 회사의 매각 발표가 난 뒤로 지속해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회사가 동종업종의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됐을 경우 중복되는 사업 부문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이어 노조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기존에 대우조선과 관계를 맺어온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노조는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10조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정상화 직전에 출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정부에도 손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인수·합병 발표 초기에는 산업은행 측의 대화를 요구하며 노·사·채권단이 함께 매각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인수 작업이 진행되자 이를 근본적으로 철회하기 전까지 어떠한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대우조선 노조 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이 현장실사를 강행하며 물리적 출동 이로 인한 생산 차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과거 현대중공업이 한라중공업(현재 현대삼호중공업)의 위탁경영을 맡아 실사를 진행할 당시 이에 반대한 한라중공업 노조 측이 공장을 봉쇄하고 50여일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현장실사가 노조의 강경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장실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실사단의 단장을 맡은 강영 현대중공업 전무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 노조에서 저렇게 반대하면 물리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면서 "현장검증은 현장을 둘러봐야 하는 부분인데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경우니 사실상 현장 실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강 단장은 "(현장실사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 합병 실패하더라도 현대重은 이득?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은 둘째로 치더라도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기업결합심사 통과'라는 큰 장애물을 남겨두고 있다. 기업이 인수·합병을 진행할 경우 공정한 경쟁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관련 당국에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수출이 대부분인 조선산업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의 공정거래 당국에서도 기업결합을 승인받아야 한다. 단 1개 국가라도 반대를 하면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현재 세계 1·2위의 세계적인 조선사로 이 두기업의 합병한다면 조선 시장 내에 독과점 구조가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이나 초대형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같은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발주되는 대부분의 선박을 수주하는 등 독점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조선산업에 있어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발언들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국내 공정거래 위원회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10개국에 결합심사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실사가 지연되면 결합심사 신고서 제출도 늦어질 수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2017.3.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편, 해외 주요국에서 기업결합심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면서 "현대중공업은 합병이 실패해도 남는 장사이고 현대중공업이 이를 알고 인수에 뛰어들었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물적분할을 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인수가 실패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으며 물적분할을 통해 오히려 지배구조 면에서 이득을 본다는 주장이다.

가장 먼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실사 과정에서 가장 큰 경쟁사인 대우조선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실사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재부정보 등 영업기밀이 외부로 유출되면 배임죄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를 결정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어 물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에서 그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 부사장이 대표를 맞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수리 개조를 담당하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다. 선박 수리 개조업을 영위하고 있어 현대중공업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회사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더라도 오너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100%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정몽준 대주주 일가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30.9%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서비스는 이 규제의 대상이 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글로벌서비스가 물적분할과 상관없이 현대중공업지주에 자회사로 남는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 중인 글로벌서비스의 지분을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한다면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노동계는 글로벌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제재에서 자유로워 지면서 확대될 매출 등의 성과가 정 부사장의 몫이 될 것이고 승계의 정당성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서비스에서의 임금과 한국조선해양의 배당 확대 정책 등으로 확보한 자금이 정 부사장의 상속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번 물적분할과 대우조선 인수로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설득이 잘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승계 문제에 대해서도 회사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관련한 의혹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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