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톡톡]엘리자베스, 인디펜던스, 을지문덕…배 이름에 담긴 의미는?
명명식 통해 선박 '탄생'…선박명 여성이 짓는 경우 많아
역사적 의미 가진 배 이름도…최근 다양화 추세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배는 인류의 '탈 것' 중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선박 이름을 대부분 '여성'의 이름을 따른다. 세계 최고의 호화 크루즈로 유명한 영국 큐나드의 '퀸 엘리자베스호', '퀸 메리호' 등은 그 덩치에 맞지 않는 여성형의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왕비의 이름을 따르거나 작고한 회장의 이름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선박의 의미를 담는 경우도 있다. 에너지 독립을 바라는 의미로 '인디펜던스(독립)'호로 명명된 배도 있고 한국 군함엔 역사속 위인들의 이름이 붙었다.
◇여성 이름은 "안전한 항해 기원"
과거 선박 이름에 여성의 이름을 붙인 것은 일종의 미신 때문이었다. 선박이 여성처럼 온화하고 어머니처럼 선원들을 보호해 항해 중 사고 없이 무사히 운행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여성 명사를 붙였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처럼 화장(도장)을 하는 데다 곡선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여성들이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보통 배의 이름은 선박 건조 작업의 마지막 행사인 '명명식'에서 지어진다. 명명식은 선박이 탄생했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무사 운항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명명식은 중세 북유럽 바이킹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바이킹족은 새로 만든 배를 바다로 띄우기 전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가졌다. 이 관례가 명명식의 형태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선박의 이름을 정하는 이를 대모(God mother) 또는 후견인(Sponsor)라고 부른다. 통상 선주의 부인이나 딸이 대모로 나선다. 정부나 조선소 관계자 중에서 여성이 맡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한된 중동 지역에서는 보통 남자가 후견인으로 나선다.
최근엔 선박의 이름을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붙이고 있다. 이전에는 선박을 지칭할 때 여성 3인칭 대명사인 '쉬(She)'를 썼지만 이제는 중성대명사인 '잇(It)'을 사용하기도 한다.
◇왕비부터 영웅까지…특이하거나 사연 있거나
선박의 이름엔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크기인 26만6000㎥급 LNG선 11척을 카타르가스로부터 수주해 2008년에 이를 인도했다. 당시 대부분 선박은 카타르 도시 이름을 따 이름을 붙였다. 유독 첫 번째 선박은 카타르 왕비의 이름을 따 모자(Mozah)라 불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명명식을 앞두고 선박명을 왕비 이름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급하게 선박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됐다"며 "관련 서류부터 내장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표시된 이름을 바꿔야 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갔지만 왕비를 위한 깜짝 선물로 제 시간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독립을 기원하고, 고인을 기리고…
이름이 '독립'인 선박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2014년 노르웨이 회그에 인도한 세계 최초 부유식 LNG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의 이름은 '인디펜던스'호다. 그동안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에 의존해 오던 가스공급 경로를 이 LNG-FSRU 가동으로 다변화해 '에너지 독립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명명식에는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직접 후견인으로 참여하는 등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12년 3월 명명된 한진해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이름은 '한진수호'호다. 당시 최대 규모였던 이 선박의 대모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직접 나서 화제가 됐다. 한진수호호는 최 회장의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을 기리는 뜻으로 지어진 선박명이다.
상선이 아닌 대한민국 군함의 경우 이름을 붙이는 것에 일정한 법칙이 있다. 가장 중요한 전력인 이지스함이나 구축함에는 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영웅과 왕의 이름이 붙는다. 광개토대왕함, 을지문덕함, 이순신함, 문무대왕함, 세종대왕함 등이다.
구축함보다 규모가 작은 호위함의 경우에는 울산과 충남 등 광역시나 도의 이름을, 그보다 규모가 작은 초계함은 군산과 목포 등 중소 도시의 이름을 사용한다. 잠수함은 국난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 또는 항일독립운동에 공헌하거나 광복 후 국가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함명으로 사용한다. 장보고함, 최무선함, 안중근함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소 관계자는 "어떤 의미를 담은 선박인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며 "특히 이름과 더불어 어떤 인물이 후견인으로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역사적 의미를 가진 선박이 탄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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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선박. 물에 떠서 사람·가축·물자를 싣고, 물 위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과거 충무공의 '거북선',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 등 선박은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도 선박은 자동차, 항공과 함께 인류의 주요 교통 수단 중 하나다. 비록 빠르기는 항공, 편리함은 자동차에 미치지 못 하지만 많은 화물과 사람을 일시에 수송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선박 이야기를 '선박 톡톡'을 통해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