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톡톡]해양생태계 파괴 주범…'선박평형수'가 뭔가요?
선박 균형 위해 필수…'해양생태계 파괴 주범' 오명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한국 독보적…향후 매출확대 기대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달 핀란드의 협약 가입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평형수 및 침전물의 관리를 위한 국제협약'이 내년 9월부터 자동 발효된다.
협약에 따라 현재 국제항해를 하는 선박 5만여척(국내 600여척)은 2022년 9월7일까지 순차적으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협약이 발효된 이후에 건조된 선박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선박평형수 처리 협약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IMO는 2004년 이 협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협약의 발효를 위해서는 △30개국 이상이 협약 비준 △비준국 보유 선박의 적재능력(선복량)이 전 세계 선복량의 35%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지난해까지 한국과 일본 등 44개국이 협약을 비준해 30개국 기준을 넘었지만 선복량 미달로 발효가 되지 않았다. 지난달 핀란드가 52번째로 비준서를 IMO에 기탁하면서 1년 후인 내년 9월8일부터 해당 협약을 자동 발효하게 됐다.
'선박평형수'가 무엇이길래 협약에 12년씩이나 걸렸을까. 선박평형수가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영향은 무엇일까.
선박평형수란 배가 운항할 때 무게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놓는 물이다. 일반적으로 화물선들은 하역 작업시 화물을 내리고 출항할 때 선박 좌우의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고 이동한다. 배의 균형을 잡고 프로펠러가 물속에 잠기게 하기 위한 조치다.
선박평형수는 장거리 운항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부산항에서 선박평형수를 채워넣은 배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 도착해 하역을 한다고 가정하자. '부산' 앞바다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앞바다에 사는 생물은 엄연히 다르다. 부산에서 싣고 간 선박평형수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그대로 배출하면 현지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IMO에 따르면 매년 50억톤 이상의 바닷물이 선박평형수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7000여종의 해양생물이 운반되고 있다.
국내 해양 환경에도 이미 악영향을 미쳤다.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미더덕과 홍합은 주름미더덕과 진주담치다. 토종 해양종이 아닌 외래종이 선박평형수로 유입돼 국내 해얀 생태계를 대부분 잠식했다.
지중해담치는 1950년대 유입된 후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번식했다. 한번 산란할 때 500만~2000만개의 알을 낳고, 성체로 자라는데 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지중해담치에게 서식지를 뺏긴 우리 고유종 홍합 '섭조개'는 동해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름미더덕도 뛰어난 번식력으로 남해안과 제주 해안 일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선박평형수 협약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통해 평형수를 살균하도록 했다. 평형수 처리장치는 평형수안에 있었던 생물이 살아 있는 채 나갈 수 없게 하는 장비다. 전기분해, 자외선 살균, 오존 살균, 화학처리 등 4개의 처리 기술이 사용된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의무화는 해운업계엔 비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계엔 희소식이 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평형수 처리장치 수주액은 2010~2014년 누적 집계로 1조4425억원(2569척)을 기록해 세계 수주액의 55%를 차지했다. 이어 스웨덴(3303억원)과 미국(2316억원), 일본(2087억원) 순이다.
해수부는 세계 5만7000여척의 선박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설치할 경우 시장규모가 5년간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외에 테크로스, 엔케이, 이엠코리아, 파나시아 등 중견업체까지 포함된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이미 주요 조선업체들은 대형 선박에 해당 설비를 장착하는 추세"라며 "특히 시장 전망이 밝고 중견기업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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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선박. 물에 떠서 사람·가축·물자를 싣고, 물 위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과거 충무공의 '거북선',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 등 선박은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도 선박은 자동차, 항공과 함께 인류의 주요 교통 수단 중 하나다. 비록 빠르기는 항공, 편리함은 자동차에 미치지 못 하지만 많은 화물과 사람을 일시에 수송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선박 이야기를 '선박 톡톡'을 통해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