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얼굴 밟고 기념 촬영"…4만명 집결 삼성전자 노조 '선 넘었다'(종합)
평택캠퍼스 앞 '성과급 상한 폐지' 집회…1.8㎞ '검은 조끼' 행렬
주주 맞불 집회까지 확산…생산 차질·반도체 공급망 영향 촉각
- 박기범 기자, 박기호 기자, 황진중 기자, 김기현 기자
(서울·평택=뉴스1) 박기범 박기호 황진중 김기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핵심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가 거대한 투쟁의 현장으로 변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4만 명이 집결하면서다. 노조 집회를 앞두고 노조의 단체행동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맞불 집회'까지 열리며 평택 일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왕복 8차선 도로는 '투쟁'이 적힌 검은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삼성전자 첫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이날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을 압박했다.
현장에는 기흥, 화성, 천안, 온양 등 전국 각 사업장에서 버스 수백 대를 나눠 타고 모인 조합원이 약 4만 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오전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던 인파는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캠퍼스 입구부터 메인 무대까지 약 1.8㎞ 구간을 빈틈없이 메웠다.
조합원들은 '성과급 기준 영업이익으로 전환하라', '투명한 보상 체계 마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경영진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 이어졌다. 행사장 한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사장의 사진이 인쇄된 가로막이 세워졌고, 조합원들은 사진 속 경영진의 얼굴에 낙서하거나 구멍을 뚫기도 했다.
바닥에는 이들의 대형 얼굴 사진과 함께 '째째용', '전시황', '노때문'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이 붙었으며, 현장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조합원들이 사진을 밟고 지나갔다.
노조는 회사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7만 400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초기업노조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확인을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4개월간 성실히 교섭했으나 사측은 일회성 보상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며 "이번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와 대한민국 이공계의 경쟁력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으로, 정당한 보상이 관철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조합비 일괄 공제인 '체크오프'를 통해 조합원 신분을 공식화하고, 사업부별 파업 참여율을 공개하는 등 실질적인 파업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 중 총파업 기간 18일을 멈추면 약 18조 원의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조의 요구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평택캠퍼스 맞은편에서 "이익을 제한 없이 내놓으라는 것은 악덕 채무업자와 다를 바 없다"며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 대표는 "500만 주주들의 자산인 공장을 멈추겠다는 협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반도체 라인 중단은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주주들은 '삼성 주주배당 11조, 직원배당 40조?'라는 피켓을 들고 미래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요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의 파업 예고에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가 국내 전체 수출의 약 3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타격이 고스란히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 역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이터는 "생산 차질 발생 시 AI 데이터 센터 및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의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대만 디지타임스는 "한국 경제 특성상 파업은 치명적이며 글로벌 칩 가격 변동과 한국 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과급이 쟁의의 정당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최근 대법원은 삼성전자 성과 인센티브(OPI)가 임금이 아닌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 아닌 이익 배분 시스템 변경을 목적으로 라인을 멈추는 것은 쟁의행위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생산 인력 이탈로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사측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유독 가스와 화학물질을 다루는 반도체 사업장의 특성상 '안전보호시설 유지'는 법적 의무임을 공지하고 필수 인력의 정상 근무를 요청했다. 노조법 제42조에 따르면 안전보호시설의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혼선과 국가 경제에 미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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