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아버지' 김정호 교수 "HBM 다음은 HBF…삼성·SK하닉 최대 수혜"
GPU 혁신 한계·멀티모달 고도화로 '초대용량' 메모리 수요↑
"차세대 AI 가속기, 'GPU-HBM-HBF'…38년 HBF 시장규모 HBM 역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GPU 혁신은 한계에 도달했고, AI 학습과 추론의 경계도 무너졌다."
'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석학인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고대역폭플래시'(HBF) 시대를 예고했다. AI 기술의 무게 중심이 연산에서 메모리로 이동했고, 더 복잡하고 즉각적인 멀티모달을 수행하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HBF가 동시에 고도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HBF는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적층한 '초대용량' 메모리다. 제조공정 측면에선 HBM과 차이가 거의 없다. 바꿔 말하면 HBM 제조 기술력을 이미 확보한 기업만 HBF를 양산할 수 있는 셈이다. 김 교수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HBF 시대에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다.
김정호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BF 기술 개발 성과 및 로드맵, 그리고 상품화 전략 발표회'에서 "AI 시대를 10단계로 나눈다면 지금은 1~2단계에 불과하다. 초기 핵심 부품은 반도체이고, 그중에서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메모리"라며 이같은 중장기 전망을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AI 기술은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동시에 인식·처리하는 '멀티모달' 단계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는 연산 속도뿐 아니라 저장 용량 측면에서도 '병목 현상'을 해결할 메모리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데이터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혁신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점, AI 모델이 학습·추론의 경계가 사라진 점도 이유다. AI가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수행할수록 더 높은 연산 속도와 더 많은 용량이 요구되는데, GPU의 고도화가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선 '메모리의 진화'가 더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GPU끼리의 통신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GPU를 많이 붙일 수 없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루빈'도 GPU 2개를 연결했고 더 붙이기가 어렵다"며 "GPU 혁신은 거의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AI 학습과 추론의 경계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정호 교수가 낙점한 차세대 메모리는 HBF다. HBF는 낸드 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과 용량을 키운 메모리다. D램을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대역폭)를 끌어올린 HBM과 기술적으로 유사하다. HBM은 '초고속'에, HBF는 '초대용량'에 방점이 찍혀있다.
HBF는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협력해 2027년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에서 "HBM의 확장 개념인 HBF 기술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HBF를 독자 개발 중이다.
김정호 교수는 이상적인 차세대 AI 가속기 형태로 'GPU-HBM-HBF'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는 GPU 주위에 HBM만 탑재하는데, HBM 옆에 HBF까지 추가로 탑재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메모리를 소켓 방식으로 연결하는 '소캠 HBF' 방식도 제시했다.
김정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HBF 시장 규모는 2038년을 기점으로 HBM 시장을 역전할 전망이다. GPU보다 메모리가 중요해진 시장에선 HBM과 HBF를 모두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의 몸값이 뛸 수밖에 없다. 김 교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짚은 이유다.
김 교수는 구글을 예로 들면서 "구글은 지메일, 구글맵, 구글 드라이브, 유튜브, AI 모델(제미나이), 텐서처리장치(TPU)까지 아우르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메모리는 없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당히 유리하다. 거꾸로 얘기하면 우리의 최대 장점이니 절대 내줘선 안 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F의 기술적 난제도 이미 극복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HBF 시제품을 2027년 내놓겠다고 했는데, (기술적 난제는)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기술력이) 확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시대에는 저전력이 중요해 퀄컴이 부상했지만, AI 시대에는 메모리가 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속도를 결정하는 HBM과 용량을 책임지는 HBF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A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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