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크기를 나타내는 표현은 '형?' '인치?' 'cm?'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98인치 울트라HD TV. 크기 표기를 98'형'으로 해 홍보를 했다. (LG전자 제공) 2014.10.7/뉴스1 ⓒ News1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98인치 울트라HD TV. 크기 표기를 98'형'으로 해 홍보를 했다. (LG전자 제공) 2014.10.7/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105형 벤더블 TV를 첫 공개했다. 98형 OLED TV를 새로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공개한 세계 최대 크기 벤더블TV의 크기를 105'형'이었다. LG전자가 출시한 대형 OLED TV의 크기는 98'형'으로 표기됐다.

법정 도량형이 바뀐지 7년이 지났지만 전자업계는 여전히 '형'이란 편법 단위를 쓰고 있다. 인치 단위로 숫자를 쓴 뒤 '형'만 써 넣어 관련 제재를 피하는 편법이다.

전자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규격과 통일성을 위해 '인치' 단위를 배제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cm'와 '인치'를 병행표기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TV 및 모니터 등 주요 디스플레이 제품의 단위로 '형'을 편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 계량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법정 계량형을 통일해 사용토록 강제했다. 상거래 및 광고 등에서 법정 계량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넓이나 길이를 나타내는 계량형은 cm, m, ㎡ 등으로 통일됐다.

전자업계는 TV나 모니터 크기를 인치로 환산한 대각선 길이로 쓰는 관행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32인치, 42인치 TV 등으로 표기해 왔다. 법정 계량형이 확정된 뒤엔 '인치' 단위를 대신해 '형'이란 편법을 쓰고 있다.

32인치를 81.2cm로 환산하지 않고 30'형'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형'이란 단위는 길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모델을 나타내는 표현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에서 벗어난다.

물론 홈페이지 등에 표기하는 단위는 cm를 쓰는 등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광고나 인터넷 홍보 등 일반 소비자들에게 TV제품을 알릴 경우에 '형'이란 편법 단위를 쓰고 있다.

전자업계가 '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 규격과 통일성 및 과거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가전 소비 시장인 미국은 '인치'단위를 쓴다. 미국 제품과 한국 제품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인치 단위로 표준 제품을 만드는 게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또 오랜 관습처럼 '인치'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위해 'cm' 단위만 쓰기 어렵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81cm라고 하면 크기에 대해 가늠이 잘 오지 않지만 32인치라고 하면 크기가 익숙하다"며 "cm와 인치를 병행만 해도 좋지만 이 역시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형'이란 표기를 버리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나름의 고민이 깊다. 엄밀하게 보면 인치로 환산한 길이를 적고 '형'이라 표기하는 것은 계량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다. 하지만 이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국민 생활 불편과 지나친 규제에 해당될 수 있다.

국가표준기술원 관계자는 "계량형 준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문제는 아닌만큼 관련 단속을 너무 철저히 하는 것도 국민생활 편의에 위배된다"며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계도에 중점을 두고 시간을 갖고 계량형이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표준 계량이 정해진만큼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되 병행 표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xp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