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마트 대신 뉴욕 택한 CJ '자리'…증류주 '케이콘' 될까

지역 양조장 품질에 CJ 브랜딩·유통 역량 결합…지난달 美 공식 론칭
대중 유통보다 글로벌 시장 개척 우선…KCON처럼 '장기전' 포석

자리(jari) 제품 3종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CJ제일제당(097950)이 지난 7월 야심 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증류주 '자리'(jari). 그런데 대형마트나 편의점 주류 코너에서는 이 술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햇반'과 '비비고'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제품을 선보인 CJ제일제당이 정작 새로 내놓은 술은 왜 다양한 유통 채널에 공급하지 않을까요.

자리, 내수보다 글로벌 겨냥…두 달 만에 뉴욕으로

5일 업계에 따르면 자리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일반 유통채널에 입점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의 'CJ더마켓' 등 일부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파인다이닝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마트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은 건 실적을 쌓기 위해 만든 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은 자리를 통해 매출을 올리기보다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 한국 증류주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세웠습니다.

제품명부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자리' 문화에서 착안했습니다. 곡물을 발효·증류해 원재료 고유의 풍미와 향을 살리는 한국식 증류주를 택한 것도 한국 술의 가치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목표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 자리는 국내 출시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에서 공식 론칭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뉴욕을 거점으로 K-푸드에 이어 K-증류주의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양조장은 술 빚고 CJ는 브랜드…美에는 41도 제품까지

사업 방식도 일반적인 대형 식품기업의 주류 사업과는 다릅니다.

CJ제일제당은 자리 출시를 위해 전국 양조장 100여 곳을 찾아 원주(原酒)를 발굴했고 경기 김포 문배주양조원의 문배술과 충북 충주 다농바이오의 가무치소주를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CJ제일제당이 직접 술을 빚는 대신 제품 기획과 브랜딩, 마케팅과 해외 시장 개척 등을 맡고 양조장은 제조와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지역 양조장이 보유한 술과 제조 노하우에 대기업의 브랜드 기획과 글로벌 유통 역량을 결합한 셈입니다.

이는 증류소가 생산한 원액을 별도 업체가 선별해 자체 브랜드로 선보이는 위스키 업계의 '독립병입'과도 닮았습니다.

해외 시장을 고려해 제품 구성도 달리했습니다. 국내에는 '자리 문배술 24'와 '자리 가무치 24' 등 24도 제품 2종을 출시했지만 미국에서는 41도인 '자리 문배술 41'을 추가해 3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위스키 등 고도수 증류주에 익숙한 미국 시장을 고려한 제품입니다.

글로벌 주류 품평회에서도 먼저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자리 3종은 올해 IWSC와 ISC에 출품돼 모두 수상했고 '자리 문배술 24'는 ISC 금상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2일 jari 미국 론칭 행사가 열린 뉴욕 맨해튼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무노' 모습.(CJ제일제당 제공)
뉴욕서 첫발…CJ가 'KCON' 키웠듯 장기전

물론 갈 길은 멉니다. 미국 론칭이 이제 막 이뤄진 만큼 현지 판매망과 소비자 인지도를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CJ의 이번 시도는 KCON을 떠올리게 합니다.

CJ ENM이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한 KCON은 당시 관객 1만 명 규모였습니다. 이후 K팝 공연에 K푸드·K뷰티·K콘텐츠 등을 결합하면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해외 소비자에게 알리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자리 역시 단기간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한국 증류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해외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비비고를 통해 K-푸드를 알리고 KCON으로 K컬처를 확산시켜온 CJ가 이번에는 '한국 술'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시장 개척에 나선 셈입니다.

프랑스 와인, 일본 사케, 멕시코 데킬라처럼 국가를 떠올렸을 때 함께 연상되는 술의 반열에 한국 증류주도 올라설 수 있을까요. 뉴욕에서 이제 첫 잔을 따른 '자리'의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