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첫째도 둘째도 물 관리"…홍천강 1급수로 테라·켈리 빚는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하루 최대 400만 병 생산…연간 50만kL 규모
분당 1000병 선별·초당 17병 주입…자동화 라인 따라 맥주 완성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견학관 내 시음장에서 내려다본 홍천강. ⓒ News1 황두현 기자

(강원 홍천=뉴스1) 황두현 기자

시간당 6만 병이 나오는 라인이라 물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맥주를 만들 수가 없어요. 첫째도 물 관리, 둘째도 물 관리입니다."

10일 오전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000080) 강원공장. 초록색 테라 병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병입 라인 앞에서 김태환 품질관리팀장은 맥주 생산에서 물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전국에서 회수된 공병들이 빠르게 이동했다. 테라·켈리 병 사이에는 경쟁사 맥주병도 섞여 있었지만 선별기가 이를 자동으로 가려냈다.

1997년 준공된 강원공장은 도둔산 자락과 홍천강을 낀 약 16만 평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테라와 켈리, 하이트, 필라이트 후레쉬, 수출용 발포주 등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50만kL, 하루 최대 400만 병 규모다.

강원공장 내 맥주 제조 시설 일부. 하이트진로는 홍천강에서 취수한 물을 맥아 등 원료와 섞는 과정을 거쳐 테라·켈리 등 완제품으로 만든다. ⓒ News1 황두현 기자
홍천강 물이 맥주로…108기 탱크서 20일 이상

맥주 제조는 물에서 시작한다. 강원공장은 홍천강 표류수(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를 취수해 먹는 물 기준에 맞도록 정수한 뒤 맥주 생산에 사용한다.

한강 상류에 자리한 만큼 취수뿐 아니라 생산 이후 배출수 관리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는 게 공장 측 설명이다.

정수된 물은 맥아 등 원료와 섞여 온도 조절과 가열 과정을 거치면서 단맛이 나는 '맥즙'으로 변한다.

공장 관계자는 "가정에서 식혜를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며 "다만 이곳에서 만드는 맥즙은 식혜보다 당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맥즙을 끓이는 '자비' 과정을 거쳐 탄닌 성분과 단백질 등을 분리한 뒤 급속 냉각해 발효 탱크로 옮긴다. 여기에 효모를 넣으면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생성되면서 맥주가 된다.

강원공장이 보유한 발효·저장 탱크는 총 108기다. 탱크 한 기에는 60만L가 들어간다. 500mL 맥주로 환산하면 120만 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맥주는 최소 20일 이상 발효·저장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강원공장 내 발효·저장 탱크 모습. 총 108기가 설치돼 있다.(하이트진로 제공)
35분간 병 씻고 초당 17병씩 맥주 채운다

맥주 원액을 만드는 과정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병을 선별하고 세척해 맥주를 담는 자동화 공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회수된 맥주병은 분당 약 1000병씩 선별기를 통과한다. 표면이 긁히거나 변형된 병은 6대의 카메라가 찾아내 파쇄기로 보내고, 섞여 들어온 다른 회사 병은 따로 모아 맞교환한다. 맥주병은 통상 5~7회 재사용된다.

선별을 통과한 병은 시간당 최대 6만6000병을 처리하는 세병기로 이동한다. 약 35분 동안 세척과 살균을 거친 뒤 빈 병 검사기를 다시 통과한다.

깨끗해진 병에는 초정밀 여과를 거친 맥주가 들어간다. 외부와 차단된 주입기가 초당 약 17병, 분당 1000병꼴로 맥주를 채우면서 동시에 뚜껑을 닫는다.

병입이 끝났다고 바로 출고되는 것도 아니다. 완제품 검사기가 이물질과 용량 부족, 뚜껑 불량 등을 다시 확인한다.

김 팀장은 "병 내부 이물은 세병기와 빈 병 검사기에서 대부분 걸러져 거의 없다"며 "완제품 검사에서 걸리는 것은 주로 주입 용량 편차 때문"이라고 말했다.

테라 병맥주가 병입 과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하이트진로 제공)
공장에서 바로 마신 생맥주…"소맥 궁합도 제품 개발 때 평가"

견학 코스의 백미는 시음장으로 통유리 너머로 홍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에서 갓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360도 LED 미디어아트 상영관과 굿즈숍, 제조 공정 관련 문제를 풀면 '쏘맥자격증'을 발급해 주는 공간도 마련됐다

현장에서 마신 생맥주는 맛이 한결 부드럽고 깔끔했다. 맥주는 온도와 빛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오래 보관된 제품은 신선도와 탄산감이 떨어질 수 있다.

회전이 빠른 매장에서 마셔야 한다는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 납득이 됐다.

견학관 내 시음장에서는 갓 만든 신선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 뉴스1 황두현 기자

한국 특유의 음주 문화인 '소맥'(소주+맥주)도 제품 개발 단계에서 고려한다.

테라 브랜딩을 맡은 김정근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과장은 "테라와 켈리 모두 개발 단계에서 진행한 내·외부 시음 테스트에 소맥으로 마셨을 때 잘 어울리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용인 통합연구소에 축적한 수천 종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과실탄산주 '테라 스파클링'도 초도 생산 물량 150만 캔이 출시 20일 만에 소진됐다.

공장 견학은 소비자에게도 열려 있다. 20명 이상 단체는 무료로 생산시설 견학과 시음 체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약 3년간 운영을 중단했던 견학관은 2024년 8월 '하이트진로 파크'로 재단장했고 이후 누적 방문객 약 2만6000명을 기록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