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문턱 넘었지만 결국 M&A…홈플러스 새 주인 찾기 '안갯속'
지난해 본입찰 참여기업 '0'…경쟁사·e커머스 모두 인수 유인 낮아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수십개 점포·1만명 고용 부담…새 인수자 찾기 관건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인가로 청산 위기에서 한발 벗어나면서 궁극적인 목표인 인수합병(M&A)의 길도 다시 열렸다.
채무 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영업을 정상화한 뒤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M&A 추진 당시에도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전무했던 데다 대형마트 업종 자체가 각종 규제와 온라인 중심의 소비 변화에 직면해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에 따라 채무 변제와 자산 매각 등 본격적인 회생계획 이행에 들어간다.
홈플러스는 폐점한 자가 점포 19개를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1조 3000억 원 규모 선순위 담보권신탁채권을 우선 상환할 계획이다.
이후 메리츠가 설정한 담보권이 해제되면 자가 점포 38개를 담보로 2030년 2월과 2037년 2월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나머지 채권을 변제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회생계획과 별개로 홈플러스가 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회사 M&A다.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서 "채무자 회사는 신속한 변제를 위해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영업양수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경영진도 전날 임직원들에게 "재개장한 67개 점포의 영업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로 전환하는 한편 회생계획에 따른 채권 상환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홈플러스를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적합한 인수자를 찾아 성공적인 M&A를 성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회생계획 인가 전 M&A에 착수했다. 같은 해 10월 인공지능(AI) 업체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마트와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농협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인수의향서를 냈던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역시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M&A 역시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홈플러스와 상권이 겹치는 점포가 적지 않아 인수에 따른 실익이 제한적이다. 경쟁 제한에 따른 기업결합 심사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쿠팡 역시 이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국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구축한 상황에서 수십 개의 대형 오프라인 점포를 추가로 인수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농협도 선을 그은 바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홈플러스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 원씩 800억 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산업 자체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홈플러스의 매각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원칙적으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받는다. 영업제한 시간에는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 배송에도 제약을 받는다.
반면 e커머스 업체들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새벽배송 등 시간 제약 없이 배송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 업황도 녹록지 않다. 이마트 할인점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2조 79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328억 원보다 줄었지만 적자가 이어졌다.
롯데쇼핑 마트사업부도 2분기 매출이 1조3295억 원으로 2.6% 증가했지만 37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390억 원보다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이행 과정에서 영업 정상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M&A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와 달리 회생계획 인가를 통해 채무 관계와 향후 변제 구조가 구체화됐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반면 규제와 업황 부진에 더해 수십 개 대형 점포와 1만 명에 가까운 고용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의 중심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계속 이동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기존 규제를 적용받으며 e커머스와 경쟁해야 한다"며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면 수십 개의 대형 점포와 1만 명에 가까운 직원까지 감당해야 하는 만큼 선뜻 도전장을 낼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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