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도 아닌데 최대 90%할인…고물가 시대 백화점 생존법

정상가 판매 한계…소비 침체 넘는 해법
팝업스토어·F&B 강화…'살 이유'보다 '올 이유' 만든다

자료사진. 2024.9.19 ⓒ 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최근 백화점업계가 경기 침체와 고물가 장기화로 정상가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보이자, 재고를 활용한 오프프라이스(Off-price)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브랜드 재고를 유통사가 직접 매입해 최대 80~90%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단순 재고 처리를 넘어 수익성과 집객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4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오프프라이스 전략은 10년 전 처음 등장한 이후 백화점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이 2016년 '탑스'(TOPS)를 선보이며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고,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 '팩토리스토어', 현대백화점은 2019년 '오프웍스'(OFF WORKS)를 잇달아 선보이며 사업을 확대해 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일 강남점 팩토리스토어 면적을 대폭 확장해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의류와 잡화뿐 아니라 여행용품과 소형가전, 스포츠 슈즈, 캐릭터 상품까지 취급 품목을 넓혔으며, 해외 바이어가 직접 매입한 해외 브랜드 상품과 분더샵 이월 상품 등을 함께 판매한다. 향후에는 신규 출점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오프웍스를 통해 프라다, 몽클레어, 스톤아일랜드 등 해외 브랜드 상품을 직매입해 최대 80%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신규 점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탑스를 중심으로 해외 명품과 컨템포러리 브랜드 재고를 직매입하는 오프프라이스 사업을 운영하는 등 백화점 3사가 모두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아울렛와 달리 직매입 방식…정상가와 아울렛 사이 새로운 선택지

오프프라이스는 일반 아울렛과 운영 방식이 다르다. 아울렛은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며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프프라이스는 유통사가 재고를 직접 확보해 가격을 책정하고 매장을 운영한다. 브랜드 재고는 물론 해외 직매입 상품까지 구성할 수 있어 할인 폭과 상품 구성이 더욱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독립적인 유통업태로 자리 잡았다. 미국 대표 오프 프라이스 매장인 TJ맥스(TJ Maxx)와 마샬(Marshalls)를 운영하는 TJX를 비롯해 로스(Ross), 벌링턴(Burlington) 등이 오프프라이스 전문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경기 침체기마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이 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업계도 오프프라이스를 경기 침체기에 강한 성장 채널로 평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 '오프프라이스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망'에서 오프프라이스 시장이 2025~2030년까지 정가 시장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면서 오프프라이스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전망했다.

자료사진. 2026.3.27 ⓒ 뉴스1 김민지 기자
'파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백화점의 생존 전략은 진화 중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백화점 업계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방문 빈도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오프프라이스와 같은 새로운 유통 모델을 통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일반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 외에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해야만 오프라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체험형 콘텐츠 강화다. 인기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를 비롯해 전시, 공연, 체험 행사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쇼핑 목적'이 아닌 '방문 목적'을 만들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젊은 고객층을 유입하는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백화점들의 핵심 손님 유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식음료(F&B)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 유명 맛집과 디저트 브랜드를 유치하고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것은 물론, 베이커리와 카페 등 체류형 콘텐츠를 확대하며 고객이 백화점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백화점 식품관은 구매뿐 아니라 외식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기존 판매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전략을 결합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것이 백화점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