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발란 사태…회생은 법원의 판단, 생존은 시장의 판단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법원이 명품 플랫폼 운영사 주식회사 발란에 대한 강제인가를 불허하며 회생절차를 종료했다. 발란의 퇴장은 예고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회생계획안이 부결되고 강제인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절차는 종료됐지만, 시장의 판단은 이미 그보다 앞서 있었다.
회생은 법적 제도다. 채권 규모와 변제율,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따져 존속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번에도 숫자는 제시됐다. 변제 재원은 늘었고, 수정안도 제출됐다. 그러나 동의율 35%라는 결과는 단순한 표 계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신뢰의 부재를 수치로 드러낸 결과에 가깝다.
플랫폼 기업의 자산은 장부에 찍히는 유형자산이 아니다. 트래픽, 결제망, 그리고 무엇보다 '정산에 대한 믿음'이 핵심이다. 정산이 멈추는 순간, 플랫폼은 거래의 기반을 잃는다. 회생 신청이 그 공백을 메워주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최근 사례들은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회생 인가를 받았던 티몬은 여전히 정상 영업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수 자금이 투입됐지만 결제망 확보 문제를 넘지 못했다. 홈플러스 역시 법정관리 1년이 다 되도록 납품 대금과 급여 지급 논란이 이어지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가 여부는 달랐지만, 시장의 체감은 비슷하다.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발란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회생절차가 시작될 당시 이미 입점사 피해는 현실화돼 있었다. 이후의 절차는 법적 시간은 벌어줬을지 모르지만, 거래 관계의 균열을 되돌리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플랫폼은 '계속기업'이라는 지위보다 '계속 거래 가능한 상대'라는 평가에 의해 존속이 결정된다.
이번 사태는 회생제도의 한계를 드러낸다기보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제도가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묻는 계기다. 정산 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사후적 회생만 반복된다면, 피해는 입점사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회생은 법원의 판단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생존은 시장의 판단으로 끝난다. 인가 여부가 아니라,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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