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성지' 中 상하이서 활로 찾는 K-패션

주요 명품 브랜드의 데뷔 도시…소비력 기반으로 트렌드 주도
무신사, 中지방정부와 K패션 진출 지원…

무신사-상하이 쉬후이구 정부 공동 K-패션 브랜드 초청 행사 현장(무신사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국내 패션업계가 중국 상하이를 주목하고 있다. 막강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상하이가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요 도시로 부상하는 가운데 상하이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9~10일 중국 상하이 쉬후이구 정부와 손잡고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한 한국 패션 브랜드 40여 개를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중국 핵심 상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현지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상하이는 글로벌 패션 트렌드의 발신지이자 루이뷔통, 티파니, 셀린느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일종의 '데뷔' 무대로 삼는 도시다. 젊은 소비층이 밀집해 중국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어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외 브랜드가 첫 매장을 열도록 유도하는 '첫 매장 경제'(首店经济)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신규 해외 브랜드가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 경우, 행정 절차 간소화 및 핵심 상권 입점 우대 등 정책적 지원이 제공된다.

무신사가 지난달 상하이에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과 편집숍인 무신사 스토어 매장을 연달아 오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브랜드 수용도가 높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문화 소비가 빠르게 확산돼 베이징, 항저우, 선전 등 다른 대도시로 트렌드가 전파되는 '기준점' 역할을 하는 도시인 점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무신사 스토어가 위치한 상하이 안푸루(安福路)는 상하이판 성수동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과거 아편전쟁 이후 상하이에 설정된 프랑스 조계지(임대 지역)이었기에 1920~30년대 유럽풍 양식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 등이 많아 현지 젊은 층에 인기 높은 핫플레이스다.

중국 상하이 안푸루 무신사 스토어 매장(무신사 제공)

무신사는 상하이 안푸루점이 파트너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입점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스컬프터 △위캔더스 △파사드패턴 등은 중국 무신사 스토어 온·오프라인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에 쉬후이구 정부와 함께 진행한 브랜드 초청 행사도 그 일환이다. 특히 헝푸 아트센터에서 열린 교육 세션에서 쉬후이구 관계자가 주요 상권 분석과 우수 기업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하며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상하이 지방정부가 해외 패션 브랜드에 개방적인 편이고 정책적 지원도 마련하고 있지만, 직접 민간 기업과 협력해 행사를 연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후문이다.

무신사는 "중국 시장에서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산업 교류와 상권 활성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입증한 사례"라며 "중국 현지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K패션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신사 외에도 최근 몇 년 새 상하이에 진출하는 K패션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 성화성 패션몰에서 열린 '상하이 K-패션뷰티 위크 2025'에는 르플리스, 옴니포턴트 등 K-패션 12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LF 자회사 씨티닷츠가 운영하는 던스트(Dunst)도 지난해 11월~12월 두 달간 상하이 화이하이중루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오픈 초반 2주 동안 1만 명이 몰리고 SNS 게시물은 4000여 건 업로드 되는 등 흥행에 성공, 팝업 기간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6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K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미스토홀딩스(구 휠라코리아)를 통해 지난해 7월 상하이 신천지에 첫 매장을 열었다. 중국 패션기업과 합자 법인 '상해엘리트'로 2016년부터 교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형지엘리트는 2022년 중국 교복 10대 브랜드로 선정될 만큼 시장에 안착,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는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현지·글로벌 브랜드가 모두 모이는 곳"이라며 "지난주 대통령 방중 경제사절단에 패션업계도 동행했다는 것은 K-패션의 중국 진출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