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도 겪는 해외 상표권 침해…K브랜드 노린 '상표 브로커' 기승

불닭볶음면 글로벌 흥행 속 27개국 분쟁…상표 선점·로열티 압박 사례 급증
"중국·동남아·인도 중심 선출원 악용"…해외 상표권 침해 2년 새 2.5배 증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K-푸드의 글로벌 확산 속에 한국 기업을 겨냥한 해외 상표권 침해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에서 상표를 선점해 소송이나 로열티 요구로 압박하는 이른바 '상표 브로커'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쌓은 삼양식품 역시 이러한 피해를 겪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수 삼양식품(003230) 부회장은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상표권 침해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날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은 전 세계 88개국에 상표권 등록을 하고 있지만 현재 27개국에서 분쟁이 진행 중"이라며 "우리 K-브랜드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재외 공관이나 관계 부처가 현지 당국과 소통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준다면 해외에서 권리 보호의 실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상표권 분쟁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표권 분쟁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상표 브로커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등 K브랜드 소비가 확대되는 국가에서 선출원주의를 악용해 상표를 선점한 뒤 소송이나 로열티 요구로 수익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관련 피해 건수는 2023년 4045건에서 지난해 1만 건을 넘어서며 2년 만에 2.5배 이상 증가했고, 피해 기업 수도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표권 분쟁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국식품산업협회도 2021년 CJ제일제당·삼양식품·대상·오뚜기 등 주요 식품기업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한 중국 식품회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일부 사건에서 승소하며 상표권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식품업계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패션업계 역시 상표를 선제적으로 등록하지 못한 틈을 타 위조 상품이 유통되며 피해를 입은 사례가 적지 않다. 2023년 특허청은 코트라와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패션 브랜드 위조 상품 실태조사를 실시해 중국 당국과 협력을 통해 위조 상품 보관창고를 적발하고 위조 상품을 압수한 바 있다.

문제는 상표권 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표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 비용과 로열티 대응 및 위조 상품 차단에 드는 비용이 누적되면서 기업당 피해 규모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송 비용과 대응 부담이 누적되면서 해외 투자와 현지 사업 확장에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K-브랜드의 글로벌 확산 속도에 맞춘 상표권 보호 전략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