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음식'의 변신…'프리미엄'으로 새 판 짜는 라면업계

신라면 골드·삼양라면 1963·상남자라면…쏟아지는 프리미엄 라면 신제품
"고급 원재료 활용해 완성도 높이면 팔린다"…차별성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공략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진열대 모습. 2025.12.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라면업계가 '프리미엄'을 앞세운 신제품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저가 중심의 서민 음식 이미지를 벗고 원료와 국물 및 제조 방식까지 차별화한 제품을 내세워 소비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최근 프리미엄 라면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고급화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단순히 가격을 올린 제품이 아닌 원재료 선택과 맛 완성도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라면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체된 내수 시장과 소비 트렌드 변화가 맞물려 있다. 올해 상반기 이재명 대통령이 '2000원대 라면'을 고물가 사례로 언급한 이후 고급 라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최근에는 가격보다 원재료와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출발점은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다. 농심은 2011년 진한 쇠고기 육수를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라면 고급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험했다. 이후 신라면 블랙은 프리미엄 라면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닭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활용한 '신라면 골드'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했다.

삼양식품도 최근 우지를 활용한 '삼양라면 1963' 출시하며 프리미엄 경쟁에 합류했다. 과거 라면 제조에 사용됐던 '우지'를 다시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면에 우지를 코팅해 고소한 풍미를 살리고 국물에는 깊은 육향을 더했다. 원가 부담이 큰 동물성 지방을 과감히 사용하며 추억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웠다.

팔도 역시 '상남자라면'을 앞세워 국물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제품은 돈골 사골 육수의 비중을 기존 제품보다 높여 진한 국물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자극적인 매운맛 대신 묵직한 육수감을 내세우며 기존 팔도 라면과는 결이 다른 프리미엄 라인업 확장을 시도했다.

이들 프리미엄 라면의 가격대는 2000원 안팎으로 일반 라면 보다 2배가량 비싸다. 현재 편의점 기준 가장 비싼 프리미엄 라면은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2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 신라면 블랙은 1900원, 신라면 골드는 1500원, 상남자라면은 1700원, 삼양라면 1963 우지라면은 1900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은 단순히 비싼 제품이 아니라 일반 라면 대비 원료와 맛에서 체감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갖춘 제품"이라며 "라면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