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청문회' 압박 수위 높이는 정부…'쿠팡 영업정지' 향방은
공정위, 민관조사 결과 검토 후 영업정지 여부 결정
법적 요건 충족 어려워…근로자·셀러 '2차 피해' 우려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부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쿠팡의 미온적인 대응을 지적하며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뽑아 들었다.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만큼, 셀러 등 이해관계자의 2차 피해를 고려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한 뒤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등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이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정부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8일 '쿠팡 사태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원,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한 TF에선 쿠팡 사태에 대한 조사·수사와 함께 영업정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는 공정위가 내릴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수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될 수 있어 긴급히 예방해야 할 경우 등에 한해 전자상거래 사업에 대해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오후 KBS 뉴스라인W에 출연해 "쿠팡이 피해 회복 조치를 적절히 실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절차와 요건이 까다롭다.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등 명백한 위법 행위가 있었거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있었다는 점 등이 증명돼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수사 결과로는 아직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진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에도 과징금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영업정지에 대한 조항은 마련되지 않았기에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한계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쿠팡의 택배운송사업자 인허가권이 있다는 점은 실질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택배 인허가권을 박탈할 경우 쿠팡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배송을 할 수 없어 영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공정위와 범정부 TF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를 토대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 쿠팡의 귀책이 영업정지에 해당 사유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들에 미칠 영향'이라는 또 다른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영업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쿠팡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및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 셀러 등이 입을 2차 피해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잘못과는 별개로, 영업 정지가 이뤄질 경우 배송기사 등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게 되고 셀러들은 상품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연금 사업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쿠팡의 직고용 인원은 9만 3065명으로 국내 2위다. 물류 자회사와 배송기사까지 더하면 4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쿠팡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쿠팡과 거래 중인 소상공인 파트너는 23만 명으로, 이들의 연간 거래 금액은 약 12조 원이다.
오픈 카톡방 등 온라인에선 이들을 중심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쿠팡 택배기사는 "저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지만 영업정지는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쿠팡 택배기사를 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개인 회생을 했을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쿠팡 알바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및 유통업계에선 부작용이 큰 강제 영업정지보다는, 과징금 수준을 크게 높이고 책임자를 형사처벌 하는 등의 조치가 현실적이라는 게 의견이 많다.
주 위원장도 지난 19일 KBS 뉴스라인W에서 영업정지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영업정지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그것에 갈음해서 과징금을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영업정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실제 영업정지를 추진하기보다는, 쿠팡을 제재할 수 있는 모든 방안과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에 더 가깝다고 본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지만 쿠팡 측에선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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