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호구냐"…김범석 없는 김범석 청문회에 여론 악화

로저스 대표 "김 의장 아닌 제 책임"…입장 변화 없어
배경훈 부총리도 "출석·사과해야"…국회, 김 의장 고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눈을 감고 있다. 2025.12.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야기한 쿠팡의 청문회가 열렸지만,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끝내 출석하지 않고 실질적인 메시지도 나오지 않으면서 김 의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회는 김 의장을 고발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장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그는 지난 14일 사유서를 통해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어 청문회 출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들이 출석했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해를 입은 고객에 대해 책임감 있는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마친 후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 2025.12.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다만 김 의장의 책임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에게 사과하라고 건의하겠느냐'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질문에 "한국 쿠팡 법인의 대표이사로서 제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정보유출 사태를 김 의장이 아닌 자신의 책임으로 돌린 박대준 전 대표의 기존 입장과 동일한 것이다.

그는 '김 의장을 한국에 오게 할 용의가 있느냐'는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제 역할이 아니다"라며 "쿠팡 한국법인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안을 잘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재차 선을 그었다.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만큼 청문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 쿠팡 대표로 선임될 당시에는 그의 입을 통해 김 의장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기존 입장에서 진전이 없자 청문회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 시장에서 이뤄지는데도 쿠팡의 존폐가 걸린 청문회에 김 의장이 출석을 안 한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의 책임론에는 원론적인 답변이 반복됐고, 그의 소재에 대한 질문에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소통하고 있다"는 등 즉답을 피하자,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선 "시간 낭비 같다"는 불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속됐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쿠팡 제공)

청문회를 기대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김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실질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김 의장의 국회 출석 요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여당은 최근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국내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김범석 입국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 측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차 이날 김 의장의 입국 금지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입국 금지를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대한민국 국민 앞에서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회 출석 및 직접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김 의장과 강한승·박대준 전 대표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했다고 보고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는 한편 이번 청문회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김 의장은 한국말을 모른다는 외국인 대표를 내세워 국회를 우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 의장이 나오지 않으면 이 조직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