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고추의 매운 맛이 '쾅'"…K-위스키 기원, '미친 실험'으로 美 공략

1500병 한정판 신제품 레드페퍼 캐스크 공개 행사
에드워드 리 셰프 공식 앰배서더 선정…"독특한 맛에 충격"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스타트업인 기원(KI ONE)이 출시한 한정판 신제품 '레드페퍼 캐스크' / 뉴스1 박혜연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 도정한 기원(KI ONE) 대표는 16일 홍고추 풍미를 담은 한정판 신제품 '레드페퍼 캐스크'를 공개하며 "미국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홍대 라이즈호텔 사이드노트 클럽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1500병 한정으로 출시했고 그중 200병이 미국 시장 물량"이라며 "미국에서 K푸드가 인기 있는 만큼 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기원 레드페퍼 캐스크는 국산 홍고추를 뜨거운 물에 우려 시즈닝한 오크 캐스크에 위스키 원액을 6주간 숙성하는 방식으로 매운 고추 맛과 향을 살린 위스키다. 가장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기원의 '미친 실험'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고추 위스키 아이디어는 45년 경력의 앤드류 샌드 위스키 마스터 디스틸러의 작품이다. 앤드류 샌드는 "여러 군데 시장을 돌면서 가장 강력하고 매운 고추를 찾아다녔다"며 "집 근처 자양시장에서 이 고추를 발견하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앤드류 샌드 위스키 마스터 디스틸러가 16일 오전 서울 홍대 라이즈호텔 사이드노트 클럽에서 열린 기원 '레드페퍼 캐스크' 위스키 공개행사에서 취재진에게 비화를 설명하고 있다. 2025.12.16/ 뉴스1 박혜연 기자 ⓒ 뉴스1

도 대표는 "앤드류는 전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혁신적인 마인드가 있다"며 "다른 개성적인 아이디어도 많은데 이번 홍고추 위스키 아이디어를 듣고 재미있고 미쳤다(crazy)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바로 앤드류구나'고 느꼈다"고 말했다.

앤드류 샌드와 도 대표는 마른 홍고추 10㎏를 반으로 쪼개 뜨거운 물과 함께 6주간 버진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우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후 물과 함께 고추를 모두 버리고 남은 캐스크에 위스키 원액을 넣어 숙성하고, 이 원액을 버번 캐스크에서 2차 숙성하며 최종 레드페퍼 캐스크 위스키로 만든다. 총 숙성 과정은 약 4년 정도 소요된다.

'진짜 매운맛'을 의도했다는 앤드류 샌드의 말처럼 기원 레드패퍼 캐스크는 부드러운 바닐라와 잘 익은 과실이 어우러진 향으로 시작하지만 끝맛에서는 강렬한 고추의 풍미가 '쾅'하고 터진다. 앤드류 샌드는 "매운맛이 중심이지만 근본은 위스키인 만큼 좋은 밸런스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가 16일 오전 서울 홍대 라이즈호텔 사이드노트 클럽에서 열린 기원 '레드페퍼 캐스크' 위스키 공개 행사에 참석해 직접 페어링 음식을 선보였다.(기원 제공)

기원은 레드페퍼 캐스크를 출시하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했다. 공식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된 에드워드 리 셰프는 이날 공개 행사에서 레드페퍼 캐스크와 페어링할 수 있는 여러 핑거푸드를 선보였다. 떡볶이를 활용한 팝콘 치킨부터 전복 밀푀유, 돼지 간을 이용한 파테 등이 시식 테이블에 올랐다.

버번위스키 애호가로 알려진 에드워드 리 셰프는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인 기원 위스키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며 "기원 위스키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도 대표가 '실험적인 것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비밀의 방으로 데려가 이 위스키를 보여줬는데 독특한(unique) 맛에 매우 충격받았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매운 음식은 일반 위스키와 페어링하면 위스키 맛이 다 묻히는데 레드페퍼 캐스크는 워낙 강렬해 매운 음식과 좋은 조합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재미교포인 도 대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달콤한 김부각을 꼽으며 "스윗 앤 스파이시(sweet&spicy) 조합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원은 내년 중 에드워드 리 셰프와의 추가 협업 제품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경연대회(SFWSC)에서 최고상인 'BEST OF CLASS'를 수상한 기원 시그니처 위스키를 내년 2월 중 국내에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기원 레드페퍼 캐스크 위스키와 에드워드 리 셰프가 만든 페어링 음식들(기원 제공)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