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택배 없는 날' 반대…"명목상 휴식 무의미" 귀 기울여야
쿠팡 직고용·특수고용직 '택배 없는 날' 반대
각자 처한 근로 환경에 맞춰 세심한 논의 필요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우리나라에서 택배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365일 집에서 편하게, 원하는 상품을 하루 안에 받아보는 일상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누군가의 편리한 소비 생활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택배 기사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추세일 것이다. 최근 폭염 상황을 견디며 일하다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안전은 정부가 나서 챙길 만큼 중요한 의제가 됐다.
'택배 없는 날' 아이디어는 택배 기사들의 휴식을 넘어 안전까지 보장한다는 목표가 분명하며, 그 취지는 사회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3일 대선일에 이어 8월 14~15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는 등 택배 없는 날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택배 없는 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그 주체인 택배 기사들에게서 터져 나와 관심이 모인다. 구체적으로는 쿠팡 직고용 직원들로 구성된 '쿠팡 친구'(쿠친)와 위탁배송 기사들로 구성된 '쿠팡 파트너스 연합회'(CPA)다.
같은 쿠팡 근로자임에도 두 단체의 입장은 무척 다르다.
먼저 쿠친은 위탁배송 기사인 '퀵플렉서'와의 차별을 주장하며 택배 없는 날 기간 중 비는 일손을 쿠친이 메워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택배 없는 날을 똑같이 적용해도 다음 날 밀린 업무를 그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CPA는 이미 자율적인 휴무가 이뤄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일하는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CPA는 7일 기자회견에서 "쿠팡 CLS의 배송 구조는 다른 택배사와 달리 자율 스케줄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택배 없는 날 참여가 강제적인 휴무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두 단체의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분명하다. 저마다 다른 노동 환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천편일률적인 택배 없는 날 적용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일정 수입에 맞게 일할 권리까지 보장하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택배산업본부도 '수수료 감소 없는 주 5일 근무 및 쉴 권리 보장'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하며 "명목상 하루만 의무적으로 휴무일로 지정하는 건 휴식권 보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지점에서 CPA 회원사 중 하나인 HR그룹의 '자율선택 협의휴무제'와 '긴급 지원배송제'에 주목하고 싶다.
해당 제도는 퀵플렉서가 주5일제, 주4일제 등 자신에게 맞는 근무 일정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회사에 긴급 요청을 하면 즉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프리랜서인 퀵플렉서의 현실에 들어맞는 근로 조건인 셈이다.
직고용 인력이든 특수고용직이든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책은 '명목상 하루 휴식'이 아닌, 일할 권리와 쉴 권리의 적절한 균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심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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