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래형 '농심 구미공장'에선 "1분에 辛라면 600개"

아버지 신춘호 회장 설립, 아들 신동원 회장 최첨단 입혀
설비 인프라 지속 개발…무인화 시설까지 개발 계획

경북 구미에 위치한 농심 구미공장 전경. ⓒ 뉴스1/신민경 기자.

(구미=뉴스1) 신민경 기자

#.출입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한 바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닥 청소를 담당하는 공장 직원은 사람이 아닌 '로봇청소기'들이다. 로봇 청소기들은 정해진 시간마다 공장을 돌아다니며 청결한 바닥을 유지한다.

농심 구미 공장에는 로봇청소기들이 바닥을 청소한다. 바닥은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해보인다. ⓒ 뉴스1/신민경 기자.

바닥 청소에도 로봇을 적용한 경북 농심(004370) 구미 공장은 농심 대표 지능형 공장이다. 구미공장은 원료 혼합부터 완제품까지 컴퓨터제어시스템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청소기뿐 아니라 생산설비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오차 없는 위생 및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 뉴스1/신민경 기자.

AI 설비로 생산성을 확대한 구미공장은 국내외 유통하는 신라면·짜파게티 70~80%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만큼 똑똑한 자동화 설비와 청결을 유지 중인 농심 구미 공장은 현재도 더 스마트해질 방법을 연구 중이다. 농심 구미 공장은 설비 인프라 발전을 통해 무인화 시설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구미공장 생산설비 시설에 들어가기 전 총 18개 위생절차를 거쳐야 한다. ⓒ 뉴스1/신민경 기자.

4일 오전 방문한 농심 구미공장에서는 대표 제품 신라면 생산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본격적인 설비시설에 입장하기 전 임직원을 포함한 입장객들은 18개 위생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첫 번째 롤 테이프로 큰 먼지를 떼어나는 작업으로 위생절차가 시작된다. 현장 사진을 찍다 롤 테이프를 드는 시간이 늦어지자 구석에서 알람이 울린다.

'딥러닝 행동패턴 분석시스템'이다. 행동패턴을 분석하는 카메라가 입장객 행동을 관찰하는데 시스템이 예측한 시간 내에 롤 테이프를 들지 않으면 알람을 준다.

입장객 영상은 시스템에 저장된다. 시스템은 영상으로 다양한 행동들을 감지하고 스스로 이상행동을 학습한다.

이러한 AI 기술 인프라는 2021년 신동원 회장 취임 후 본격 개발해 적용되기 시작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 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맞는 인프라·프로세스·핵심역량'을 갖추는 데에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1991년 구미공장 설립 후 고(故) 신춘호 회장은 단순 설비를 증가하는 것이 아닌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1998년 4월 설비 자동화 작업에 착수했다.

신동원 회장 체제에서는 최첨단 설비를 개선하고 완성한 결과 현재 농심은 기존 대비 제조 물량을 약 2배 확대할 수 있었다.

원료 투입과 제품 생산·포장 등 일련 공정이 중앙통제실에서 버튼 하나로 작동되는 디지털 무인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확한 계산에 의해 수행돠는 생산 시스템으로 맛 관리와 품질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생산과 물류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만들어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구미공장 전 제조공정이 지능형 공장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공장 내 모든 정보는 중앙관제실에 모이고 본사와 실시간 공유한다.

지난해 기준 농심 구미공장 매출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공장 생산성을 가늠하는 '생산 식수'는 1인당 11억개 규모(공장 직원 수 600명)다. 올해 구미공장 매출액은 7500억원으로 예상된다.

반죽 기기가 입력된 비율료 밀가루와 배합수를 섞은 뒤 반죽을 만들고 있다. 레일에서 인식하는 다양한 반죽값들은 PMS 시스템에 저장된다. ⓒ 뉴스1/신민경 기자.

라면 제조가 시작되는 면발 반죽 공정에서도 부단히 일하는 건 자동화 기기였다. 자동화 면반죽 기기는 입력된 밀가루 양과 적정 온도 배합수를 섞어 반죽을 완성한다. 자동화 설비는 길이 55m·두께 5㎜ 반죽을 뽑아낸다.

적합한 크기로 잘린 반죽들이 레일을 지나면 중량 및 두께 데이터는 농심 제조표준시스템 PMS(Production Management System)로 전송된다.

앞서 농심은 2010년 업계 최초로 PMS를 도입했다. 데이터 중심으로 생산 시스템을 관리해 생산설비 개선에 활용하자는 신동원 회장(당시 부회장)의 의도가 녹아 있었다.

이날 공장 소개에 나선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장은 "시간과 중량을 분석해 반죽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분석한다며 인자를 분석해 표준을 다시 정하는 등 작업을 진행한다"며 "개선작업이 끝이 아니라 변화 상황을 가지고 끝없이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도입한 기기는 수입해 사용했지만 기술 발전에 공을 들여온 농심은 곧 라면 제조 노하우를 반영한 기기를 직접 개발하기까지에 이른다.

한 반죽실에는 6개 자동화 반죽기기가 설치돼 있다. ⓒ 뉴스1/신민경 기자.

김 공장장은 "구미 공장에는 두 개동에서 12개 반죽 자동화기기를 가지고 있다"며 "2개를 제외한 나머지 반죽기기는 계열사 농심 엔지니어링과 협력사가 개발한 반죽기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신동원 회장님께서는 필요한 기술은 수입해야 하지만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기는 내재화된 기술을 적용해 개발해야 한다는 지침을 갖고 계시다"며 "농심 라면 제조 노하우가 담긴 반죽 기기를 자체 개발해 최적의 설비를 공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익혀진 면발들이 잘려 원형 성형 그릇에 담기고 있다. ⓒ 뉴스1/신민경 기자.

면반죽은 성형 구간을 지나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 모양으로 거듭난다. 익혀진 긴 면발들은 동시에 10개씩 잘려 동그란 성형 그릇에 담긴다. 유탕 작업을 거쳐 완성된 면은 포장 작업대로 옮겨진다.

포장 오류를 검열하는 기기다. 카메라는 봉지를 인식해 구멍이나 찢어진 곳이 없는 지 검열한다. 제품이 지나가는 영상은 PMS 시스템에 8개월 간 저장돼 내부 분석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 뉴스1/신민경 기자.

포장 작업에서는 최근 구미 공장에 적용된 AI 기술이 빛을 발한다. 카메라가 봉지면 포장 실링을 검열한다. 면반죽 일부가 실링(접합면)에 들어가 접합이 불완전하게 되는 경우를 체크한다.

라면 포장에 동봉되는 스프가 잘못 인식돼 오절단 되는 경우도 잡아낸다. 또 스프가 면중앙부에 잘 안착돼 포장되는지 여부도 살핀다.

멀티팩에 담긴 신라면이 황색 박스에 담겨 옮겨지고 있다. ⓒ 뉴스1/신민경 기자.

개별 포장된 신라면은 멀티팩으로 포장된다. 1분에 600여개 신라면이 쏟아진다. 멀티팩 8개는 황색 신라면 박스에 담겨 레일을 타고 창고로 이동한다.

김 공장장은 "현재 생산현장에서 개선할 수 있는 AI 공정들을 찾아내 개발하고 있다"며 "무인화 등 농심 자체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멀티팩 잉크 도수를 줄여 잉크 사용을 줄이고 포장 박스도 흰색 신라면 박스에서 황색박스로 바꾸는 등 환경을 고려한 변화들도 있었다"며 "생산성 증대와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써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농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smk50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