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지난해 성적표 보니…서울·매일우유 '맑음' 양극화 조짐

서울우유, 점유율 40% 넘겨…매일, 유제품으로 선방
수입산 유제품 진출…"좋은 품질로 정면 승부해야"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우유업계가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덕에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 원유 매출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매일유업은 유가공 제품과 프리미엄 원유 브랜드 '상하목장'의 활약으로 원유와 분유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사업다각화에 나섰던 남양유업과 일동후디스는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시장 선점'과 '사업 다각화'에 성적표 희비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지난해 매출은 1조6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34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25% 늘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005억원,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7%, 45% 증가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이 1조797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2016년 매출 1조2392억원에서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영업이익은 86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69% 늘었지만 각종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게 남양유업 측의 설명이다.

일동후디스는 사정이 더 어렵다. 지난해 매출은 1369억원으로 2017년 1490억원에서 8% 감소했다. 적자는 2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19억원으로 2017년보다 48억원에서 148% 증가했다.

이처럼 우유업계 희비가 엇갈린 결정적인 요인으로 '시장 선점 효과'와 '사업 다각화'를 꼽는다. 서울우유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서울우유는 우수한 원유 품질을 브랜드화한 '나100%'를 필두로 조합 창립 81년 만에 최초로 시장점유율 40%를 돌파했다. 학교 급식 시장에서도 제한적 최저가 입찰과 학생수 감소에 불구하고타 경쟁업체를 방어하는데 성공,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하게 유지 중이다. 발효유는 '비요뜨'가 일일 판매량 20만개를 넘겼고, '짜요짜요'도 요쿠르트 브랜드로서 입지를 잘 다졌다는 것이 서울우유의 평가다.

이와 함께 밀크홀 1937의 매장을 늘려 이미지 개선 및 신규 사업 진출 확대를 도모하고, 저지방 아이스크림 및 간편 식사대용식인 '아이마이밀', '오트밀크' '아침에 스프' 등을 출시하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 것도 매출 향상에 도움을 줬다.

매일유업은 원유와 분유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바리스타', '카페라떼' 등 컵커피 제품 및 상하목장의 유기농제품, 발효유 제품이 매출 향상에 기여했다. 중국 수출도 사드 사태로 유난히 힘들었던 2017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2016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유음료 및 음료 판매량 등 기타 품목의 국내 매출이 2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나 줄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매출을 증가시킬만한 혁신적인 신제품이 출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분유 수출이 2017년 308억원에서 지난해 350억원으로 늘긴 했지만, 저출산과 수입 분유의 국내 시장 진출, 저가분유의 증가 등으로 인해 줄어든 국내 매출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양유업의 국내 우유와 분유 매출은 각각 5623억원, 20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9.8% 감소했다.

일동후디스는 그리스 전통발효유 '그릭요거트'를 시작으로 세게 최초로 선보인 액상차 제품인 '후디스 카카오닙스차', 폴리페놀의 함량을 높여 건강한 커피란 이미지를 내세운 커피 브랜드 '노블' 등을 론칭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진 못했다.

출산률 급감으로 분유와 이유식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분유를 고르고 있다..2018.5.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수입산 진출에 막막한 유업계…"결국 해답은 품질"

하지만 좋은 성적표를 받은 업체들도 고민은 여전하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사드 사태로 인한 수출 정체 등 고질적인 요인에 더해 값싼 수입 유제품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와 시장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산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값이 싸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 생기면서 직구를 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며 "유제품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2026년 수입유제품 관세철폐가 예정된 만큼 상황이 더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원유자급률 변동 현황에 따르면 2009년 69.5%에 달했던 원유자급률이 지난해 49.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유제품 수입량은 지난해 219만8000톤으로 2009년 95만9000톤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박 의원은 "국내 생산량은 2009년 211만톤에서 지난해 204톤으로 줄어든 반면, 국내 소비량은 11만2000톤 증가하고 1인당 유제품 소비량도 연간 80㎏로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이는 국내 소비자가 수입산을 선택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수출에 있어서도 분유의 대 중국 수출이 정체되며 답답한 상태다. 중국의 '영유아 조제분유 제품배합 등록관리법(신조제 분유법)'에 따라 한국 업체에서 추가 브랜드를 늘리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국내 공장에 실사를 나와야하는데 여전히 연락이 없다. 국내 업체로서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우유업계에서는 결국 '품질 향상' 외에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주력 제품인 원유와 분유를 포기할 수 없다. 유제품도 국내 브랜드의 품질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찾을 수 밖에 없다"며 "계속된 연구·개발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품을 만드는 정면 승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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