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문 일룸대표 "가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작품'으로 승부"

"가성비 아닌 가심비…세월 흘러도 가치불변 '슬로우퍼니처' 추구"

강성문 일룸 대표가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일룸 전시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8.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대담 = 서명훈 산업2부장 정리 = 이승환 기자 = "싼 맛에 구입해 쓰다가 금세 질려 중고거래로 되팔거나 버리는 가구를 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매출보다 고객 만족이 우선입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고객 만족도)가 일룸 제품의 가치입니다."

강성문 일룸 대표이사는 "우리 회사 가구는 정말 다르다"며 이같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타사와의 경쟁 전망을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며 선을 긋는다. '일룸만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가심비' '고객' '가치 공유'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그 길에 대해 설명했다. 하나의 작품 같은 가구가 생활용 가구업체 일룸이 추구하는 길이자 가치였다.

중요한 것은 시장 평가와 반응이다. 일룸의 '작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다.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일룸 가구 전시장에서 강 대표와 마주 앉았다.

◇ 직접 '제조' 3500여개 품목… "'이케아'와 고객층 달라"

"국내 생산시설에서 모든 제품을 제조한 뒤 '엄선'된 가구만 고객에게 선보입니다. 일룸은 제조업 기반의 회사이지요. 소위 이름이 알려진 유명 업체들은 유통 중심의 회사로 일룸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우리의 시장이 있는 것이고, 일룸은 그 시장을 공략합니다."

강 대표의 말이다. 일룸이 가구 시장에 소위 '핫한' 업체인 건 분명하다. 일룸은 국내 4대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 그룹의 계열사다. 지난 2007년 1월 설립 후 공격적으로 영업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스타필드 고양점 입주 매장을 포함한 국내 91개 매장에서 책상·화장대·리클라이너(각도 조절 의자)·소파 같은 3500여 개 품목을 팔고 있다.

싱가프로·대만·홍콩·베트남 등 신흥 아시아국가에도 진출했다. 세계 최대 가구시장인 중국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 회사의 매출은 약 12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일룸이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시장의 유행과는 얼마간 구별이 되는 전략을 추진해서다. 특히 한국 가구 시장엔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다. 가구뿐 아니라 조명·소품·주방 용품 등도 제공하는 종합 인테리어 판매 서비스 '홈퍼니싱'도 주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는 가성비와 홈퍼니싱을 주무기로 휘두르는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한국 진출 영향 때문이다.

단순하게 가격만 놓고 보면 일룸 제품은 고가다. 그럼에도 실적이 나아진 것은 이케아와는 다른 일룸 만의 방식을 응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강 대표는 "이케아가 한국 가구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고 일룸도 그 수혜를 받았다"면서도 "다만 고객층이 달라 이케아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케아도 가구 제조를 하고 있지만 유통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케아와의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거시적으로 보면 홈퍼니싱 시장은 분명 중요합니다. 저렴한 제품뿐 아니라 '제대로 만든 가구'에 대한 수요 확대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집을 마련한 뒤 평생 사용할 가구를 원하는 소비자가 저희의 주요 고객입니다. 우리는 이런 고객들을 위한 '슬로우 퍼니처'를 만듭니다."

슬로우 퍼니처란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가구'를 의미한다. 저렴하게 구입해 쓴 뒤 부담 없이 버리는 가구 '패스트 퍼니처'의 반대말이다. 슬로우 퍼니처 구현을 위해 설계·제작·유통까지 일룸이 직접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먼저 자체 연구소의 디자니어링(디자인과 엔지니어링 합성어) 작업으로 가구를 설계한다. 이후 국제 품질관리 시험기관(KOLAS) 인증을 받은 국내 생산 시설에서 시험 과정을 거쳐 생산에 돌입한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친환경 자재와 수성 도료 등을 쓴다. 포장재를 만들 때 비닐 대신 종이를 주로 사용한다.

친환경성을 제품에 담는 과정이다. 강 대표는 "사용 가치가 사라지거나 파손돼 제품을 버리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오랫동안 쓰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환경 친화적인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엄격하게 진행한다"며 "가구에 하자가 생겨야 새 것을 사는데 일룸 제품은 그야말로 튼튼해 그럴 수 없다고 푸념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 정찰제에 소장가치↑… '실용성 고려한 디자인'

일룸이 다른 가구업체와 다른 점은 '세일'이 없다는 것이다. 창립 이후 11년 동안 '정찰제'를 고집하고 있다. 투입 자재와 공정 과정을 고려해 "받아야 하는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정찰제는 소장 가치를 제품에 부여해 고객 자부심을 높이는 영업 경쟁력이 됐다.

할인 매장을 찾는 고객의 발품 수고를 덜어주는 효과도 냈다. 강 대표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 주문 물량 예측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재고가 생길 가능성도 작다"며 "제조 과정에서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강성문 일룸 대표. 2018.9.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강 대표를 만난 스타필드 일룸 매장에선 '이유 있는 디자인전(2018년 8월 10일~9월 9일)'이 한창이었다. 이번 전시는 매장 콘셉트화(개념화)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매장 콘셉트화는 산하 브랜드 출범·해외 시장공략과 함께 일룸의 대표적인 '사업 전문화' 작업이다.

"단순히 우리 제품 예쁘다", "북유럽 디자인 같다"고 소개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하지 않았다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디자인의 완성도만큼 제품의 사용성에 주목해 달라는 의미다. 미적 완성도는 조금 양보하고 비용을 더 들더라도 제품 사용성·기능성·내구성을 실현했다고 한다.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소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부연 설명이다.

"가령 제품 끝부분(모서리)을 직선으로 떨어지게 했다면 더 그럴듯한 디자인이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직선이 아닌 약간 둥그스름하게 처리를 합니다. 사용성·내구성·안전성 때문이지요." 날카로운 모서리에 어린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사용 중에 찍히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그는 "사람과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 가구의 본질"이라고 했다. 목재나 철재로 만든 단순 구조물은 가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가구 철학은 '공간이 공간으로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넓게 보면 빌트인(붙박이) 가구를 판매하는 건설업체사 일룸의 경쟁사입니다. 빌트인 시장의 수요 확대로 단품 가구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요. 시장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슬로우 퍼니처는 소비자의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 사업다각화 아닌 '전문화'… 평생 쓸 수 있는 제품 '고집'

퍼시스 내부에선 "일룸이 그룹 미래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룸 산하 브랜드 '데스커'와 '슬로우'에도 관심이 쏠린다.

폼 매트리스 브랜드 슬로우는 출범 5개월 후인 지난해 4월 현대홈쇼핑에 선을 보였다. 판매 방송 모두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슬로우 제품 95% 이상이 모바일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지난 2016년 4월 출범한 데스커는 디자이너·스타트업을 겨냥한 사무용 가구 브랜드다.

하지만 일룸의 이같은 멀티 브랜드 전략에 의문을 나타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는 생활용 가구(일룸)·사무용 가구(데스커)·폼 매트리스(슬로우)를 한 브랜드로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실제 퍼시스 경영진은 과거 통합 브랜드 전략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단기적인 경영 효율 측면에선 통합 브랜드가 나을 수 있습니다. 반면 멀티(다수) 브랜드 전략은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요. 결국 퍼시스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일룸은 다른 퍼시스 계열사인 의자 전문 업체인 시디즈 등과 함께 멀티 브랜드 전략의 산물인 셈이다. 일룸 산하 브랜드 슬로우와 데스커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들은 퍼시스 그룹 미래를 위한 사업 전문화의 하나로 신사업을 한다.

소비자 관점에선 퍼시스가 고가의 명품 자동차 '캐딜락'이라면, 데스커는 고급스러우면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제차 '미니'다. 퍼시스와 데스커가 같은 사무용 가구지만 고객군이 다른 셈이다. 데스커는 스타트업(신생기업)을 겨냥하는 만큼 군살을 뺀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러면서 퍼시스가 가구 제조 때 쓰는 고품질 자재를 쓴다. 평생 사용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과 고집도 데스커 가구에 담았다고 한다.

강 대표는 "일룸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역량을 강화해 생활용 가구 업체로서의 전문성을 더 키울 계획"이라며 "전문화 과정에서도 일룸의 신념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룸은 '비추다'는 의미의 영단어 '일루미네이트'와 방을 의미하는 '룸'의 합성어다. '방을 비춘다'는 뜻이다. 일룸은 세월의 풍화 작용에도 변하지 않은 가치로 환하게 빛나는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가성비가 대세인 시장에서 '작품'을 추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전략이다. 예기치 못한 북고 열풍처럼, '가심비' 전략은 가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룸의 올 하반기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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