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간접흡연④]흡연 갈등, 일본서 배우자…"규제보단 공존"

흡연권 보장하되, 간접흡연 피해 최소화에 초점
"궐련형 전자담배, 일반 담배와 구분해서 규제해야"

서울 을지로에 설치된 흡연부스. 2018.4.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일본의 성인 흡연율은 20%에 육박한다. 오는 2022년까지 흡연율을 12%로 낮추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표다. 다만 흡연자의 흡연권 보장을 위해 금연을 강요하진 않는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흡연권을 보장하되, 간접흡연은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흡연자 배척하는 한국, 간접흡연 막는 일본

한국의 흡연정책은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전면 금연정책을 시행했고, 최근에는 스크린골프장과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실외 금연구역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 지자체는 시민 민원과 거리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공원과 광장은 물론 대로변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심지어 오는 7월부터는 흡연카페마저 금연구역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을 벗어난 골목 외진 곳이나 건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고, 간접흡연으로 이어진다. 서울 을지로입구역 흡연부스에서 만난 한 시민은 "담배를 피울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며 "건물 구석이나 뒷골목에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방향이 좀 다르다. 2004년부터 '분리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분리형은 흡연공간을 만들어 비흡연자와 흡연자를 떼어놓는 방식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사업자나 시설관리자 판단에 따라 흡연공간을 설치할 수 있다. 흡연공간의 출입형태와 내부소재, 배기풍량 등의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된다.

심지어 직장 내 흡연공간을 만들면 최대 설치비용의 50%까지 지원한다. 실제 2015년 기준 대다수 음식점(70%)과 오피스(97%)에서 전면금연 또는 흡연공간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실외도 마찬가지다. 흡연자의 흡연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고 있다. 비흡연자의 동선에서 떨어진 장소에 흡연공간을 설치하고, 나무화분 등으로 흡연공간을 구분해 불쾌감을 없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불만이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금연정책을 시행하되 흡연권을 보장한다"며 "우리나라도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도 "우리나라는 유독 흡연권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며 "담배가 합법적인 상품이고, 간접흡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본처럼 흡연구역을 설치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일본 신주쿠역(좌)과 오다이바거리(우)의 흡연구역 ⓒ News1

◇전자담배 규제 정책, 일반 담배와 구분해야

'아이코스'나 '릴'과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냄새가 덜하고, 유해물질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실제 아이코스의 지난해 4분기 담배 시장 점유율은 5.5%였지만, 올해 1월에는 7.6%까지 상승했다.

앞으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필립모리스와 KT&G, BAT는 궐련형 전자담배 2세대 모델을 준비 중이다.

판매가 늘어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규제에 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반 담배와 구분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냄새나 유해물질 배출이 덜하고, 거부감도 적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구역과 일반 담배 흡연공간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본은 궐련형 담배만 피울 수 있는 식당과 같은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코스를 판매 중인 필립모리스도 내부 흡연공간을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로 나눠 구분하고 있다. '아이코스존'과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공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일반 담배와 동일 선상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미치는 피해가 다른 만큼 구분해서 규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흡연공간의 개선도 요구했다. 기껏 만든 흡연부스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벽에는 니코틴이 눌어붙었고, 환기가 안 돼 담배 연기로 갑갑하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흡연공간은 일부 꼭 필요한 곳에 개방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은 환기도 안 돼 흡연자도 기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제규격에 맞춰 자연풍이 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에 설치된 흡연부스. 2018.4.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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