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중요하다"는 정용진, '사람보다 실적 우선'인 이마트
'온라인 업무' 픽커·팩커 기피 1순위…"회사로부터 인격적 모독도 당해"
이마트, 마케팅만 몰두 인력 충원안해…40~50대 여성 근무현실 악용
- 양종곤 기자, 백진엽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백진엽 기자 = "신세계 경영 이념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당장의 실적 못지 않게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4년 청년들을 상대로 인문학 강연에 나서면서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경영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신세계가 인문학 전파에 나선다는 뜻이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사람 중시 경영'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마트 등 현장에서는 사람보다 실적 위주의 경영이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면서 가뜩이나 처우가 열악한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업무강도 등이 세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노조 "픽커들 점심시간 1시간도 보장 안돼"
6일 이마트 노동조합과 직원들에 따르면 신세계가 SSG닷컴을 필두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 후 이마트 매장 내 '픽커'와 '팩커'는 직원 사이에서 기피직군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픽커(Picker)는 고객이 이마트의 온라인몰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찾아 팩커(Packer)에게 넘기는 직원이다. 팩커는 픽커가 찾은 물품을 포장해 배송기사에게 전달한다. 고객이 SSG닷컴으로 물품을 주문하면 픽커-팩커-배송기사를 거친 뒤 고객 집으로 배송된다는 얘기다.
이마트 노조 관계자는 "고객의 온라인 상품주문이 늘어나면서 픽커의 휴식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점심시간이 1시간인데 20~30분만에 먹고 바로 일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픽커와 팩커는 이마트가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시기부터 있었다. 이마트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까지 높아졌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만여명으로 7000~8000명이 정규직이고 남은 인원이 무기계약직, 파트타임이다. 노동부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유사하다고 보고 있지만 이마트 노조는 양쪽의 처우 (급여 등)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각 공통직, 전문직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픽커와 팩커는 이마트 직원 80%를 차지하는 전문직이 할 수 있는 업무인 계산, 상품진열 중 하나다. 이들은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이마트 전문직의 시급은 평균 6400원으로 최저시급 603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수당이 없는 파트타임의 시급은 6150원으로 더 낮다.
직원들의 픽커와 팩커 기피 현상은 최근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부터 확대됐다. 계산, 상품진열 업무와 급여는 비슷한데 법적으로 1시간 무급휴식(식사시간)을 못할만큼 업무강도가 세졌기 때문이다. 계산 업무는 조로 나누어 1시간 무급휴식에 1시간 유급휴식까지 주어지면서 픽커에 비해 처우가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SSG닷컴으로 인해 픽커와 팩커는 고객이 예약한 시간에 배송을 무조건 맞춰야 하게 됐다"며 "픽커는 문구, 완구, 가전소품 등 매장 곳곳의 상품 위치를 모두 알지 못해 늘 쫓기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몰의 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 증가했다. 일부 점포는 매출이 100% 신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상품 주문이 많아 픽커와 팩커가 종전보다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무량 늘어도 '인력 돌려막기', 충원없이 마케팅만 집중"
픽커와 팩커에 대한 이마트 측의 업무통제가 심해지는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다. 노조에서는 이를 '관리자의 압박'이라고 표현한다. 일부 매장은 픽커에게 매장에서 상품을 찾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픽업 작업은 보통 1시간이다. 매시간별로 관리자가 체크한다는 얘기다. 관리자로부터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는 언행을 들었다는 직원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신세계와 이마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매장 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는 SSG닷컴 마케팅을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픽커와 팩커 인원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았다. 인력 충원없이 계산 직원을 픽커로, 진열 직원으로 팩커로 돌려쓰는 방식을 활용했다.
노조는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 직원 대부분이 40~50대 주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석한다. 노조 관계자는 "대형마트 직원이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 아주머니인 이유는 이들이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월 110만~120만원 받으면서 '미래가 없는 일'에 젊은이가 뛰어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마트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 점포에서 픽커와 팩커에게 1시간의 식사시간과 별도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며 "직원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이 있었다면 소원수리 방식의 직원고충시스템을 통해 발견됐을 텐데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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