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전문가만 빵집 창업"…제과점 운영 규제 추진 논란

소상공인, 국회에 '제과점 운영 자격증 도입안' 건의…"제과점 폐점 줄이는 효과"
창업 규제 적절 여부 논란될 듯…자영업 위기감 커지면서 '밥그릇 지키기' 심화

1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 제과기술 경연대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15.9.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소상공인들이 제과·제빵자격증 소지자만 제과점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방안은 경쟁력 있는 제과점을 육성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창업을 규제로 막는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의 밥그릇 지키기로 보일 수 있다.

10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제과점 운영 자격증 도입안 등이 담긴 '소상공인 정책과제집'을 국회에 전달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연합회 관계자는 "여야는 전달받은 정책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현재 제과점은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하다. 편의점은 오븐기를 도입해 빵이나 피자를 구워 팔기도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도 창업조건으로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부 무자격자가 운영하는 제과점은 식품 안전과 위생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게 합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경쟁력이 약화된 제과점이 폐업까지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과점 창업 규제는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안이 법제화될 경우 창업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제과·제빵 기술이 없는 창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게 되기 때문이다. 제과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기존 사업자가 새 사업자에게 자격증을 요구하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제과점 사업자가 제과·제빵 자격증이 필요한지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본사에서 받아 온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탓에 비전문 인력을 고용한 매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점은 이처럼 진입 문턱이 낮아 활발한 창업이 이뤄졌다.

창업 규제가 '자격증 시장'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제과·제빵 자격증 학원은 두 달 교육 과정 기준 100만원 내외 수강료를 받고 있다. 시험은 상대평가로 이뤄지는데 응시자 중 30%가량에게만 자격증이 주어진다.

특히 이 같은 학원들은 창업 컨설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 후 폐업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수강생은 이 컨설팅에 끌릴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연구원이 1월 발표한 소상공인 창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소상공인 중 40%가 1년 만에 폐업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A제과제빵 자격증 학원의 창업반은 수강료를 과정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며 "제과점이 음식점보다 폐업할 확률이 높다"고 창업반 수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들의 밥그릇 지키기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그동안 소상공인은 이익 대변 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막겠다면서 한목소리를 내왔다. 이같은 공동 목표의식이 있는 소상공인들은 서로 간의 대립을 자제해왔다. 생계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가 늘면서 이같은 공동체 의식이 깨지고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네빵집 창업을 막을게 아니라 기존 동네빵집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자의 몰락이 현실화되면서 자영업자 간의 경쟁과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gm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