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M, 중국인 위한 명품으로 선회?…국내선 '찬밥신세'

재규어 문양·스터드(징)·크리스탈 위주 디자인…국내 매출 -10%대

지난달 27일 오픈한 MCM 코엑스점 ´MCM LAB´ 실내모습. 중국인들 사이에서 ´국민백´으로 통한다는 백팩들을 주로 배치했다. (사진제공=MCM) ⓒ News1

(서울=뉴스1) 김효진 기자 = 중국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 패션브랜드 MCM이 국내에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출시하고 있는 제품 디자인도 주 고객층인 중국인들 취향에 맞추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백화점에서 MCM의 지난 2012년 매출은 전년 대비 4.2% 신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11.5%로 급감했고 올해 들어 11월까지도 -13% 역신장했다.

또 다른 백화점에서도 MCM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17%, 올해는 -12%를 기록 중이다. 국내 면세점에서 최근 3년간 연평균 100%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MCM을 운영하는 성주그룹이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MCM은 올해 7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해외 매출의 40% 이상은 중국에서 나온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당시 "오는 2020년까지 MCM 매출을 연 2조원대로 키울 계획"이라며 "해외 매출비중을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MCM 전략도 국내보다는 글로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회장은 1976년 설립된 독일 브랜드 MCM을 2005년 인수한 후에도 '독일 럭셔리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디자인은 '큰 손' 중국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MCM이 올 가을·겨울(F/W) 내놓은 신상품은 재규어 문양에 원뿔형, 니켈 등 과감한 장식과 크리스탈 등을 사용했다. MCM 로고가 가득한 '비세토스(Visetos)' 패턴의 상품은 최고가 라인으로 계속 출시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명품 로고 대신 디자인, 품질 등으로 승부하는 '로고리스(logoless)' 백을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 코엑스몰에 오픈한 100여평 규모의 'MCM 랩(MCM LAB)'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국민백'으로 통한다는 백팩들을 주로 배치했다. 각종 패턴의 스터드(징) 장식과 스와브로스키를 사용해 수공예로 제작한 백팩은 300만원대를 호가한다. 전속 모델은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엑소를 내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MCM은 중국인들을 위주로 과도한 장식과 패턴, 색감을 사용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 루이뷔통급 명품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가격대도 대폭 올려 국내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성주그룹은 이달 1일 계열사 성주머천다이징을 통해 영국 막스앤스펜서 푸드를 국내에 론칭하기도 했다. 성주그룹이 식품사업에 진출한 것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국내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MCM 측은 해당 내용을 다소 부인하고 있다. MCM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블링블링(Bling Bling)'하고 '펀(Fun)'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서도 "아직까지 비중이 가장 큰 국내 사업이 중요하며 중국인들을 의식해서 상품을 특별 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막스앤스펜서는 공정 무역을 통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있다"며 "김 회장은 여성 비즈니스 리더로서 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