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美, 동맹과 '핵잠' 협력 의지 확고…한화필리조선소 최적"

"美버지니아급 핵잠 증강 계획에 오커스까지 더해져 건조 수요 폭발"
"한화, 美정부 결정 맞춰 준비…NDAA 문구 삭제 방향 흔들린 것 아냐"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이 한화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5.12.25. ⓒ News1 류정민 특파원

(필라델피아=뉴스1) 류정민 특파원 = 한화그룹이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 내 한화필리조선소를 미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특히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한화필리조선소 경영진은 22일(현지시간) 열린 미디어데이 및 경영진 간담회에서, 최근 발표된 미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에서 한국 조선기업 우대 관련 문구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정책 방향성에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영진은 또 "미국 핵추진잠수함을 필리에서 건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인력·시설·공정 측면에서 단계적 준비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생산 지연과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 파트너십)로 인한 추가 수요 등으로 미국 조선 산업이 구조적 병목에 직면한 상황에서, 필리조선소가 현실적인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핵연료와 원자로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원자로 구획과 핵연료는 미국 정부가 제공·통제하며, 필리조선소는 기존 미 핵추진잠수함 건조 조선소와 동일한 규제와 안전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민간 기업이 핵연료를 직접 취급하거나 관리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 부문 사장, 알렉스 웡 한화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 등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해 미국 의회의 최종 심의 과정에서서, 한국 조선사에 우대 조치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던 조항이 미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에서 삭제되고, 미 해군 함정 해외 건조 제한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러한 입법 결과가 한화오션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나.

▶(알렉스 웡)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미국 정부의 입법부와 행정부 전반, 그리고 공화·민주 양당을 막론하고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매우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미국 내 조선 역량을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동맹국, 특히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NDAA 관련 문구를 볼 때는 미국의 입법 절차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종 법안에 무엇이 포함됐는지가 중요하지, 포함되지 않은 문구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문구와 수정안이 제안되지만, 실제로 최종안에 반영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어떤 문구가 빠졌다고 해서 정책 방향이나 의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할 이유는 없다.

질문에서 언급한 해당 조항의 성격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해당 문구는 실질적인 권한이나 조치를 규정한 내용이라기보다는, 국방부나 관계 기관에 한국과의 조선 협력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른바 '보고서 요청 문구'(report language)에 해당한다. 협력을 승인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이 아니라, 검토를 요청하는 절차적 성격의 문구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이미 동맹국 간 조선 협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 굳이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미 조선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더 나아가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한 협력의 일환으로 동맹국 간 합의가 존재한다면, 보고서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이미 분명히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필라델피아를 중요한 거점으로 보고 있으며, 한화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다양한 선박을 건조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종합하면, 미국은 조선 분야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에 대해 매우 분명하고 강한 정책적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NDAA의 개별 문구 하나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알렉스 웡(Alex Wong) 한화그룹 CSO(글로벌 최고전략 책임자)가 한화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5.12.25. ⓒ News1 류정민 특파원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이 한국 핵추진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한다는 의미인가.

▶(톰 앤더슨)

제가 말씀드린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언급은 특정 국가나 특정 기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핵추진잠수함이라는 유형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특정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알렉스 웡)

미국 정부는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의 핵추진잠수함 역량에 대해 매우 강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핵추진잠수함은 현재 존재하는 해양 전력 가운데 가장 전략적으로 우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요성은 미국이 취하고 있는 여러 조치들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됐고 트럼프 대통령하에서 재확인·강화된 2021년 (오커스) 합의를 들 수 있다. 이 합의는 동맹국의 핵추진잠수함 역량을 확대하고, 새로운 핵추진잠수함 설계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의 합의를 통해 또 하나의 동맹국인 한국이 동일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핵추진잠수함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러한 역량은 미국 해군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정부 차원의 준비가 갖춰지는 시점이 오면, 우리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이러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

아울러 한화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디젤전기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온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이미 한국에서 입증했다. 각국 정부가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어떤 유형의 잠수함을 건조할지를 결정한다면, 한화는 그 결정에 맞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이는 정부 차원의 판단 사안이다.

분명한 점은 미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대·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 해군의 표준 설계인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버지니아급은 미 해군이 운용 중일 뿐 아니라, 호주 지원을 위한 건조에도 적용되고 있는 기종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한화필리조선소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든 어디에서든 버지니아급 잠수함 산업 기반을 장기적으로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한화는 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

(이 답변에 대해 한화 측에서 한화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핵추진잠수함을 건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한국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는 의미라고 재차 밝혀 옴)

―필리조선소는 도크가 두 개인데,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인력과 기술 측면에서 의구심도 있다.

▶(톰 앤더슨)

단순히 도크 숫자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필리조선소에서는 인력 확충, 시설 투자, 생산 공정 개선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건조 경험을 보유한 인력을 미국 내에서 채용하고 있으며, 잠수함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국 숙련공도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어떤 조선소든 처음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때는 학습 곡선이 존재한다. 이를 감안해 미 해군 원자로국(Naval Reactors)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미국은 75년간 핵추진잠수함을 안전하게 운용해 온 경험을 갖고 있고, 그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건조 일정과 타임라인은 결국 양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한화는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조선소 운용 계획에 대해 밝히는 경영진들. 사진 오른쪽부터 알렉스 웡 한화그룹 CSO,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CEO,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 2025.12.25. ⓒ News1 류정민 특파원

―미 핵추진잠수함을 필리에서 건조할 경우, 핵연료는 어떻게 조달·관리되나. 안전성 문제는 없나.

▶(톰 앤더슨)

핵추진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원자로 구획은 미국 정부가 제공한다. 핵연료 역시 미국 정부의 통제하에 관리된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다른 미국 조선소들과 동일한 안전 기준과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민간 조선소가 핵연료를 임의로 취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이 AUKUS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차별화된 새로운 협력 방식이 논의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과거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에 제재를 부과했다가 해제한 전례가 있다. 핵추진잠수함 프로젝트가 추진될 경우 예상되는 중국의 반응과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톰 앤더슨)

현재로서는 AUKUS와 동일한 모델을 적용할지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다만 미 해군 복무 시절 AUKUS 추진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경험이 있어, 이와 같은 협력이 어떤 형태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해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잠수함을 건조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양국 엔지니어와 군수·정비 인력 간 정보 공유와 소통이 필수적이며, 이는 협력의 출발점이다. 또 핵추진잠수함을 실제로 운용할 승조원에 대한 훈련과 운용 협력도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잠수함 건조 이전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절차와 인프라 역시 핵심 요소다. AUKUS의 경우 호주 해군 인력이 미 해군 잠수함에 승선해 훈련받고, 미 해군 잠수함이 호주 항구를 방문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이는 단순한 함정 건조 협력이 아니라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시키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본다.

▶(알렉스 웡)

중국 제재와 관련해 말하면, 현재 한화는 중국으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고 있지 않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제재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주요 방산 기업이라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 관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정학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방산 기업의 역할은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상의 전력을 제공하고, 자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며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화도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하며 이 원칙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이 조선소 운용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5.12.25. ⓒ News1 류정민 특파원

―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이니셔티브의 현재 진행 상황과 지금까지 어느 정도 단계까지 진전됐는지 설명해달라.

▶(알렉스 웡)

마스가와 관련해 언급된 자금, 즉 한국과 미국 간 포괄적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거론된 1500억 달러 규모의 재원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다. 이 합의에 따라 미국이 관세율을 인하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과 워싱턴 양측 모두 향후 추진 방향과 해당 1500억 달러 자금이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될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합의와 이를 공식화한 공동성명은 발표된 지 불과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는 자금의 세부 구조와 운용 방식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가 배정될지까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양국 모두 이 자금을 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적절한 방식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집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가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큰 틀 속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향후 자금 운용 논의가 진전되면서 구체적인 방향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도크 4·5 확장 및 추가 도크 인수 계획은 무엇인가. 또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취득 절차와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미 해군 함정에 필요한 부품·자재 조달과 공급망 운영 방안도 설명해 달라.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 확장 계획의 세부 내용을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다. 다만 야드 부지 내 도크 5를 2028년까지 재가동하는 계획은 이미 수립해 추진 중이다. 다른 도크나 추가 부지와 관련해서는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

현재는 기존 도크와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을 중심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상선 프로젝트뿐 아니라 미 해군을 포함한 군 관련 프로젝트도 함께 검토 대상이다. 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내년 이후 점차 명확해질 것으로 본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상선이든 미 해군 프로젝트든 필리조선소에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경우 한국 조선 산업의 협력업체와 기자재 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면서 지역 산업과 중소 협력업체의 동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의 기본 전략은 '듀얼 유즈'(dual-use) 조선소다. 상선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역량도 갖추는 것이 목표다. 라이선스와 인허가, 인증과 관련해서는 현재 미국 정부 관계 기관들과 협력하며 필요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화 계열사 및 관련 법인들과 긴밀히 협력해 필요한 요건을 적시에 확보하는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데이비드 김(David Kim) 한화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가 한화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5.12.25.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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