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大法 패소 땐 '더 매운맛 관세'?…셈법 복잡한 韓 재계
美연방대법원, IEEPA 관세 정책 적법성 심리…내년 초 선고 전망
'패소 땐 무역확장법' 플랜B 준비하는 트럼프…선거 민심이 변수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적법성 심리를 끝내고 선고를 남겨두면서 한국 재계의 득실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승소하든, 패소하든 추가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진 분위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청사에서 변론기일을 열고 2시간 30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 관세 부과 조치가 적법했는지를 심리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쟁점의 핵심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 조치가 적법했는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미국의 안보·외교·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외국과의 경제적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올해 4월 IEEPA를 근거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 보편·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부과했다. 1심 국제무역법원과 2심 연방항소법원은 "IEEPA는 대통령에게 무제한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원고(민주당 소속 주정부 및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대법원은 6 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도 관세 정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심리 전 "미국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패소를 염원할 법도 하지만, 속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자동차·철강·알루미늄·가전·반도체 등 국내 기업의 '족쇄'로 작용하는 관세는 대부분 무역확장법에 근거한 품목 관세다. 연방대법원의 심리 대상에는 무역확장법이 통째로 빠져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 부과됐던 상호관세(15%)가 소급해서 환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호관세와 품목관세는 중복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관세를 돌려받는 기업은 소비재 업종과 가전 업계(철강 파생관세 제외)에 그칠 전망이다.
도리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 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플랜B'로 꺼내 들 공산이 크다. 각국 수출기업에 돌려줘야 하는 막대한 관세 환급분을 새로운 품목 관세로 메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존 품목 관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패소한다면 IEEPA로 걷은 수입(관세)도 환불할 필요가 있다"며 "8월 기준 IEEPA 수입은 약 900억 달러로 전체 관세 수입(1960억 달러)의 4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변수는 미국 유권자들의 '민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의 부작용으로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후반기 국정 동력을 결정하는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추가 관세 조치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부가가 미국 물가를 끌어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33%로 급락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무슬림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한주희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는 연방대법원의 판결과는 완전히 무관하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는 과거 트럼프 1기에도 관세 부과 근거가 됐던 만큼 (패소 판결로)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강경한 입장이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관세가 부과된다면 거시경제학적 요인에 영향을 당연히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내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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