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불황에 '군용차'로 눈 돌린다…기아·포드·GM·르노 방산 공략
포드·GM·JLR, 英 9억파운드 군용차 수주전…르노, 드론 생산 확대
글로벌 車 판매 감소·中 공세에 수익성 압박…기아도 유럽 군용차 공략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군용차와 드론 등 방산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판매 감소와 중국 업체의 공세로 압박을 받으면서다. 기존 자동차 플랫폼과 생산시설을 활용해 빠르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각국의 국방비 확대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재규어랜드로버(JLR)는 9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영국 국방부 군용차 사업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포드는 레인저 픽업트럭, GM은 쉐보레 실버라도, JLR은 디펜더를 기반으로 한 군용 차량을 앞세웠다. 기존 민수용 차량을 군 요구사항에 맞춰 개조하는 방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방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동차 시장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포커스투무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경량차 판매량은 5503만 24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글로벌데이터도 같은 기간 세계 경량차 판매량을 약 5700만 대로 집계하며 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판매 감소에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겹치면서 수익성 압박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 20개 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3년 7.9%에서 지난해 2.3%로 떨어졌다. 한자연은 미래 기술 투자 부담에 중국발 공급 확대와 통상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BEV·PHEV) 시장에서 BYD는 59만 4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84.3% 성장했다. 지리와 체리도 같은 기준으로 각각 55.5%, 348.6% 증가했다.
반면 글로벌 국방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8870억 달러(약 4100조 원)로 전년 대비 2.9% 증가하며 11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41%에 달한다.
향후 군사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1조 5000억 달러를 요청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안보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최소 3.5%를 핵심 국방비에 사용한다. 유엔(UN)은 세계 군사비가 2030년 3조 5000억~5조 2000억 달러(약 5000조~74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생산시설과 대량생산 역량을 방산에 활용하고 있다. GM은 방산 자회사 GM디펜스의 매출을 2029년까지 15억 달러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기존 차량 플랫폼과 생산시설,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이 있다.
유휴 생산시설을 방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은 차량 생산 중단을 앞둔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방산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도 방산업체들과 손잡고 군용 드론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탈레스와는 내년부터 월 최대 1000대 생산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기아(000270)가 군용차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기아는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에 타스만 군용 지휘차와 소형전술차(KLTV), 차세대 중형표준차(KMTV)와 대형표준차 등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같은 유럽·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변화는 빠른 납기와 대량생산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K방산에도 새로운 경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플랫폼과 생산설비,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어 군용차 등 방산 분야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며 "유럽과 미국 업체들이 유휴 생산능력을 방산으로 돌리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기아에는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되는 동시에 K방산에는 새로운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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