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배터리 택한 포드에 美 정부 제동…K-배터리 몸값 다시 오른다

美교통장관, 포드에 CATL과 단절 촉구…LFP 라이선스 생산 계획 '차질'
中 LFP에 밀려난 K배터리에 기회…현지 중저가 배터리 양산 속도 관건

포드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북미 시장을 겨냥해 생산한 대형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모습(자료사진. 포드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현지에서 값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밀려났던 K-배터리의 몸값이 다시 오를 조짐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CATL의 배터리 기술을 도입한 포드에 중국 기업과의 관계 청산을 압박하면서다.

견제가 포드를 넘어 제너럴모터스(GM) 등으로 확산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승부처인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려면 국내 기업도 미국 현지에서 LFP와 같은 저가형 배터리 양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정부·의회, CATL과 밀착한 포드 압박…"적성국 말고 동맹국과 협력해라"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각)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포드가 미시간주(州) 마셜 소재 배터리 단독 공장 '블루오벌 배터리파크 미시간'에서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LFP 배터리를 양산하려는 계획에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이다.

더피 장관은 CATL이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중국군 연루 혐의 기업 명단에 포함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업이 전략적 경쟁국에 대한 운영상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높인다면 미국 국민과 교통부가 요구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의회도 가세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더피 장관이 (중국 공산당) 기업들과의 위험한 유대 관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고 존 물레나 하원 의원은 "포드는 적성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K-배터리 쪽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포드는 즉각 반발했다. CATL과의 관계는 합작 투자가 아닌 기술 라이선스 계약이며, 블루오벌 배터리파크 미시간의 소유와 운영, 근로자 고용은 모두 포드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포드는 이 계약을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라고 규정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한 2027년형 쉐보레 소형 전기 SUV '볼트'의 모습(자료사진. GM 홈페이지 갈무리).
美 '3만 달러 미만' 보급형 전기차 봇물…배터리는 韓 NCM 대신 中 LFP

포드가 CATL의 기술로 블루오벌 배터리파크 미시간에서 만드는 각형 LFP 배터리는 내년 출시되는 차세대 중형 전기 픽업트럭 '패덤'(Fathom)에 탑재된다.

지난달 포드가 제시한 패덤의 판매 시작가는 2만8350 달러(약 3700만 원)다. 지난해 8월 공약한 '4만 달러 전기 픽업' 목표보다 1만 달러 이상 낮다. 내년 초 사전계약을 시작해 같은 해 정식 출시와 고객 인도에 나선다.

원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밀려난 것은 K-배터리다. 기존 포드 대형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의 파우치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들어갔다. 해당 배터리는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 공장에서 생산됐고, 지난해 8월부터는 포드·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에서도 양산됐다.

그러나 포드는 보급형 전기 픽업으로 신차 개발 방향을 틀며 지난해 12월 F-150 라이트닝을 기습 단종했고 지난 5월 SK온과의 합작 관계도 청산했다.

중국 LFP 배터리를 택한 곳은 포드만이 아니다. GM은 2023년 단종한 쉐보레 소형 전기 SUV '볼트'를 2027년형으로 부활시켜 지난 2분기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CATL의 중국산 각형 LFP 배터리로 교체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신형 볼트의 판매 시작가는 2만8955 달러이며 배터리 셀은 CATL이 중국에서 생산해 공급한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가 연내 내놓는 소형 전기 픽업트럭에도 LFP 배터리가 들어간다. 시작가는 2만4950 달러다.

당초 SK온의 미국산 NCM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양산 사양을 확정하며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의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 생산 LFP 배터리로 바꿨다. 슬레이트 오토 측은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보다 약 40%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中 대체 韓밖에 없지만…LFP 등 중저가 美양산 내년 말부터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는 건 국내 배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당장 수주 실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완성차 업계가 보급형 전기차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배터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 한국 기업의 NCM 배터리로 곧바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LFP와 미드니켈, 리튬·망간리치(LMR) 등 중저가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미국 공급망 안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야 미국 정부의 반중(反中) 정책 수혜를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운영하는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의 기존 생산라인을 전기차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내년 말 상업 생산이 목표다.

얼티엄셀즈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NCM보다 원가가 낮은 각형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도 전기차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2028년부터 미국에서 상업 생산해 GM의 전기 픽업트럭과 대형 전기 SUV에 탑재할 계획이다.

SK온도 니켈 함량을 낮춰 원가 경쟁력을 높인 전기차용 미드니켈 배터리를 내년부터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산지는 중국 옌천공장과 헝가리 이반차 공장으로 아직 미국 생산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경우 관련 기술 개발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다수의 완성차 고객사와 수주를 논의하는 단계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전문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배터리 파트너는 중국 아니면 한국 기업인 만큼 미국 정부의 압박이 현실화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용 LFP·LMR·미드니켈 배터리는 이미 얘기가 나온 지 몇 년이나 지났다"며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이제는 속도감 있게 양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운영하는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 배터리 공장 전경(자료사진. 얼티엄셀즈 홈페이지 갈무리).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