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한계 거부한 신형 8세대…크기·승차감 脫준중형[시승기]
2.75m 휠베이스, NF쏘나타 넘어서…가솔린 엔진 1.6→2.0L, 26마력↑
쇼크업소버 감쇠력 조절해 승차감↑…이중접합 차음유리 풍절음 차단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2㎞ 넘게 이어지는 영종대교의 긴 오르막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 올렸다. 가파른 지하주차장 출구를 오를 때에도 엔진회전수(RPM)를 크게 높이지 않고 힘 있게 나아갔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는 최초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하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잡아 이어지는 잔진동을 최소화헀다. 2열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 '준중형'이란 이름만 남았다. 6년 만에 8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현대자동차(005380) 준중형 세단 '아반떼' 얘기다. 20년 전 중형 세단을 넘어서는 덩치에 2.0L 가솔린 엔진을 얹고 상위 차급에서나 기대했던 승차감까지 품었다. 1990년 1세대 출시 이후 지난 36년간 굳어진 사회초년생을 위한 차를 넘어 본격 패밀리카로 발돋움한 모습이다.
24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출발해 인천 영종도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92㎞ 구간에서 '디 올 뉴 아반떼' 가솔린 2.0 모델을 시승했다. 자유로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일산 도심 도로, 영종도의 굴곡진 일반도로까지 약 2시간 10분간 다양한 환경을 경험했다.
신형 아반떼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커진 몸집이다. 전작 대비 30㎜씩 커진 전폭(1855㎜)과 휠베이스(2750㎜)로 20년 전 판매된 현대차 중형 세단 'NF쏘나타'의 크기(전폭 1830㎜·휠베이스 2730㎜)를 뛰어넘었다. 덕분에 180㎝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을 때에도 1열 사이 무릎 공간이 주먹 2개 이상 나왔다. 4인 가족이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이다. 센터콘솔에 위치한 기어 노브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컬럼 형태로 변경돼 1열 공간도 더욱 넓게 쓸 수 있다.
파워트레인 역시 한 체급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1.6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대신 2.0L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IVT)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49마력으로 전작 1.6 가솔린(123마력)보다 26마력 높다. 고성능을 논할 정도의 출력은 아니지만 일상 주행은 분명 여유로웠다. 지하주차장과 영종대교의 오르막도 거침없었고, 고속도로 램프 구간 끝에서도 빠르게 가속해 본선 합류가 용이했다.
차체와 배기량은 키웠지만 효율은 거의 그대로였다. 2.0L 가솔린의 공인 복합연비는 16인치 타이어 기준 L당 14.3㎞로 전작(14.8㎞/L)보다 0.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날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도심과 고속도로를 섞어 92㎞를 달린 뒤 계기판에 표시된 실연비는 L당 15.2㎞였다. 차체 주변의 흐름을 최적화해 공기저항계수(Cd)를 0.26으로 낮춘 결과다.
승차감도 인상적이었다. 신형 아반떼는 전륜에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밸브'(SFD3)를 적용했다. 진동의 주파수에 따라 쇼크업소버 내부 감쇠 특성을 달리해 잔진동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코너링이나 급제동, 차선 변경 시 발생하는 큰 차체 움직임은 억제하는 기술이다. 부드럽게 만들면 차체가 출렁이고, 단단하게 만들면 잔진동이 거칠어지는 기존 댐퍼의 딜레마를 기계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지난 5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에 처음 적용된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HRS2)도 신형 아반떼에 추가됐다. 큰 충격으로 압축된 쇼크업소버가 다시 급격하게 늘어날 때 발생하는 2차 충격과 차체 움직임을 유압으로 줄이는 장치다. 효과는 인천 영종도 교외 곳곳에 도사린 과속방지턱에서 확인됐다. 턱을 밟는 순간의 충격 자체를 둥글게 거르는 건 물론 방지턱을 지나자마자 차체가 위로 붕 뜨거나 한두 차례 더 출렁이는 움직임 없이 빠르게 자세를 회복했다.
후륜에는 내부 유체 저항을 이용해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하이드로 부싱'이 적용됐다. 소형차 후륜에 주로 쓰이는 토션빔 서스펜션의 부족한 충격 흡수 능력과 좌우 방향 강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통상 토션빔을 장착한 차량은 한쪽 바퀴의 충격이 하나의 빔(막대)을 타고 다른 쪽 바퀴까지 전이돼 좌우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형 아반떼는 하이드로 부싱이 흔들림을 억제해 고속도로 포트홀 보수 구간을 연속으로 밟아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나아갔다.
승차감과 함께 정숙성도 눈에 띄었다.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도 외부 소음이나 풍절음이 실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았다. 윈드쉴드와 1열 도어에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를 끼워 풍절음 유입을 최소화했다. 플로어 카펫은 2중 레이어 구조를 적용하고, 대시 흡음 패드의 차음 성능은 강화해 노면 소음과 구조 전달음의 실내 유입을 줄였다. 타이어에도 흡음재를 덧댔다.
각종 편의·안전 사양도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보강됐다. 현대차 최초로 들어간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NSCC)' 기능이 대표적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뿐 아니라 이제는 일반도로에서까지 과속 단속 구간이나 교차로 등 특정 구간을 지날 때 차량이 자동으로 감속하고 해당 구간을 통과하면 기존 설정 속도로 복귀했다.
후진 기억 보조 기능은 신형 그랜저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갔다. 전진 경로를 최대 50m까지 기억한 뒤 후진할 때 차량이 그 경로를 따라가도록 조향을 자동으로 보조해 줬다. 후진(R) 기어로 변속하면 센터패시아 화면에 관련 기능을 사용할지 여부를 묻는 창이 떠서 누구나 쉽게 이를 터치하면 활성화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 반대편 차량을 위해 후진으로 길을 양보해 줘야 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고속도로 나들목 진입 시 내비게이션 화면에 램프 구간 진입을 알려주는 별도의 창을 띄워주는데, 차로 변경을 위해 방향 지시등을 켜면 사이드미러를 보여주는 창이 뜨며 램프 구간 진입 정보를 가렸다. 상습 정체 구간의 경우 램프 진입 1㎞ 전부터 노면에 색깔 유도선이 표시됐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플레오스 커넥트에 탑재된 신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 AI'는 세 번은 이름을 불러야 한 번 정도 응답해 줬다. '날씨가 조금 덥다'는 얘기에 에어컨 온도를 1도 알아서 낮춰주는 등 맥락까지 고려한 음성 명령 수행은 반가웠지만, 응답률이 낮으니 그냥 공조 버튼을 손으로 누르는 게 속 편했다. 차량 기능에 대한 질문에 답변받고 추가 질문을 던질 때에는 대화를 제멋대로 끊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다시 질문해야 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