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르망24시간 첫 완주 "가혹한 무대서 값진 성과(종합)
출전 차량 2대 중 1대 결승선 통과…최상위 클래스 13위
내구 레이스서 기술력 입증…유럽 시장 공략 박차
- 박종홍 기자
(르망=뉴스1) 박종홍 기자 = 현대차(005380)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 내구 레이스 대회인 '르망 24시간' 완주에 성공했다. 출전 차량 2대 가운데 1대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극한의 레이스에서 기술력과 내구성을 입증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GMR)의 하이퍼카 GMR-001 19호는 14일(현지시간) 오후 4시쯤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94회 르망24시 최상위 등급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출전 차량 18대 가운데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1923년 출범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르망 24시는 단일 대회 기준 세계 최고 권위 모터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약 14㎞ 길이의 서킷을 3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교대로 반복 주행해 가장 먼 거리, 가장 많은 랩을 소화한 차량이 우승한다.
르망 24시간은 완주만으로도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과 정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서킷의 상당 구간이 일반 국도로 사용돼 일반 서킷에 비해 불균일한 노면으로 변수가 속출하고, 장시간 고속 주행으로 차량 내구성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회 완주를 위해선 우수한 주행 성능과 함께 24시간을 견딜 강인한 차량 내구성, 드라이버 3인의 유기적 호흡, 레이싱팀 운영 전략이 종합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선 경쟁력을 보여줄 대표 무대로 통한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사장은 지난 12일 "르망은 현지 고객과 소통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이번 대회에서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본선 출발 순서를 정하는 최종 예선전 '하이퍼폴'에선 출전하는 두 차량 중 19호가 6위, 17호가 9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본선에서도 경기 시작 이후 한동안 두 대 차량 모두 중위권에서 경쟁하며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7호 차량은 레이스 종료 7시간 30분 정도를 남긴 상황에서 서스펜션 문제로 레이스 중단을 결정했다. 피트로 자력 복귀하지 못해 리타이어했지만, 복귀에 성공했다면 수십 분 안에 정비를 마치고 서킷에 다시 나설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9호 차량 역시 경기 도중 수차례 정비를 위해 패독에 들어갔지만, 매번 트랙으로 복귀하며 끝내 완주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의 르망24시 완주 기록이 세워졌다.
국내 팬들은 반복적으로 서킷에 복귀하는 19호 차량을 향해 '좀비'라는 별명을 붙이며 응원을 보냈다.
제네시스 19호 차량은 우승을 차지한 토요타의 7호 차량이 기록한 381랩에 비해 9랩이 적은 372랩을 기록했다. 르망24시에선 1위 차량이 소화한 거리의 70%를 주행해야 완주로 인정된다.
베스트 랩 타임은 3분 27초645로 하이퍼카 클래스 15위에 올랐다. 전체 24시간 4분 4초 363의 시간 동안 5068㎞ 이상의 거리를 소화했다. 평균 속력은 시속 220.59㎞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녹록지 않은 주행 여건과 경쟁팀들의 견제 속에서도 팀워크와 정교한 피트 스톱(정비 시간 최소화) 전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레이스 중 첫 번째 세이프티 카가 투입된 상황에서 두 차량은 피트인 대신 트랙에 머무는 전략으로 선두와의 격차를 좁혔다. 새벽 시간대에는 19호 차량의 마튜 자미네 선수와 17호 차량의 마티스 조베르 선수가 모두 쿼드러플 스틴트를 소화해 내는 강행군을 펼쳤다.
쿼드러플 스틴트란 피트인 과정에서 드라이버 교체 없이 일정 주행 구간을 4번 연속으로 소화하는 방식으로 팀이 구사할 수 있는 극한의 전략 중 하나로 통한다. 이런 과정을 토앻 19호 차량이 순위를 한때 4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시릴 아비테불 GMR 총감독은 "가혹한 무대에서 완주라는 성과를 이뤄낸 팀과 연구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비록 17호 차량이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레이스 전반부 내내 강력한 잠재력을 보여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팀워크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아비테불 총감독은 이어 "우리는 주요 목표를 달성해 만족스럽다"면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다음 레이스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19호 차량의 폴-루 샤탕 선수는 "오늘 우리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며, 완주라는 값진 성과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17호 차량의 안드레 로테러 선수는 "완주를 못해 아쉽지만 엔진을 비롯한 핵심 시스템이 견고했고 차량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이번 르망24시간 완주를 계기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의 도전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릴 총감독은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향후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미국 IMSA 참전 계획도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MSA는 국제모터스포츠협회의 약자로 북미 지역 내구 레이스 주관 단체다.
또 이번 출전 과정에서 얻은 주행 데이터와 기술 노하우를 향후 고성능 차량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유럽 진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이번 르망24시간 출전을 계기로 유럽 진출 국가를 기존 7개국에서 11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전무는 "모터스포츠 인사이트를 향후 고성능 양산 모델 개발에 반영해 차별화한 고성능 가치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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