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차 공세'로 中시장 재공략…'수입차 무덤' 日 공략 방식

中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V' 첫선…신차 20종 출시·年 50만대 판매
CATL·모멘타 등 中 기업과 협업…상품 경쟁력↑ 미래차 피드백 확보

24일 중국 베이징 전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차 언론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익균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 부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장젠용 베이징자동차그룹 동사장, 조쉬동 모멘타 CEO, 창루이 베이징자동차그룹 총경리.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24 ⓒ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중국 시장에 처음 선보이면서 현지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과거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한 불매 운동과 현지 전기차 업체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락한 상태다.

그러나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를 투입하고 CATL·모멘타 등 현지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여 연간 50만 대(수출 포함) 판매를 회복한다는 목표다. 수입차에 더욱 폐쇄적인 일본 시장을 현지 맞춤 신차 공세로 돌파했던 경험을 중국 시장에도 적용하는 셈이다.

베이징현대, 전기차 2종 잇단 출시…中, 전기차·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24일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에서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V(브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준중형 SUV '일렉시오'에 이어 베이징현대가 판매하는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이자 중국 내 첫 아이오닉 모델이다. 모두 중국 시장 전용으로 개발됐다.

아이오닉 V는 넓은 실내공간을 선호하는 중국 시장 특성에 맞춰 3m에 육박하는 축간거리(휠베이스·2900㎜)를 자랑한다. 또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의 화려한 디지털 사양에 대응하기 위해 △호라이즌 헤드업 디스플레이(H-HUD) △퀄컴 스냅드래곤 8295 칩셋 △27인치 4K 대형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양이 대거 탑재했다.

현대차가 24일 중국 베이징 전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중국 시장 맞춤형으로 개발된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V'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사진은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차 부스에 전시된 아이오닉 V.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24 ⓒ 뉴스1

차량 플랫폼은 베이징현대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공동 개발했다. 배터리는 CATL과 협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현지 자율주행 전문기업 모멘타와 협업한 기술이 적용됐다. 현지 기업과의 협업으로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 원가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 시장을 "가장 빠른 개발 속도, 우수한 배터리 공급망, 까다로운 전기차 소비자, 고도화된 혁신 생태계를 모두 갖춘 곳"이라며 "현지화를 통해 2030년까지 20개 신차를 출시하고 (현지 판매와 수출을 포함해) 연간 50만 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신규 전동화 SUV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고,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를 포함한 전동화 제품군을 중·대형급까지 지속 확대한다. 또한 CATL과의 배터리 기술 협력, 모멘타와의 ADAS 기능 공동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한다. 각각 세계 1·2위인 전기차·자율주행 시장에서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까지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한한령·전동화에 베이징현대, 수출로 연명…'현지 맞춤' 신차 전략 日서도 통해

2002년 현대차와 BAIC의 합작으로 설립된 베이징현대는 2016년 114만 2000여 대를 중국에서 생산해 전량 현지에서 판매하며 역대 최다 생산·현지판매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 내 점유율도 6.5%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결정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이 이듬해 한국 문화·상품의 중국 내 소비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비공식적으로 내리자 2017년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은 78만 5000여 대로 31.2% 급감했고, 2018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결국 베이징현대는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9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베이징현대의 수출 물량은 6만 6000여 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지 판매량은 꾸준히 줄어 지난해 12만 8000여 대에 그쳤다. 전체 생산(19만 4200대)의 35%를 수출에 의존한 것이다. 현지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2020년대 들어선 한한령에 더해 중국 전기차 업체가 주도하는 전동화 전환이 내연기관 중심의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을 더욱 끌어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중국 신차 판매에서 외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2019년 62% 대비 32%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신차에서 전기차(BEV·PHEV)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서 48%로 43%p 상승했다.

따라서 이번 아이오닉 브랜드 출범은 가파른 현지 전동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처럼 현지 시장 맞춤형 신차 전략은 '수입차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도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일본자동차수입협회(JAI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전년(618대) 대비 2배 급증한 1169대를 판매해 2022년 일본 시장 재진출 3년 만에 연 1000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절대적인 숫자는 작지만, 지난해 일본 자동차 시장(456만여 대)에서 수입 브랜드(24만 3000여 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그친 걸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시메기 토시유키 현대차 일본법인장은 지난해 10월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만난 취재진에 지난해 1월 내놓은 소형 전기 SUV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가 소형차가 사랑받는 현지에서 젊은 세대와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월평균 50~60대 주문량을 보이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현대가 2030년까지 연간 판매 50만 대를 달성한다면 현대차로선 15년 만에 글로벌 판매 신기록도 도전해 볼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 역대 글로벌 판매량 최대는 2015년 496만 4837대로 그중 베이징현대가 21%인 106만 2000여 대를 담당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때 현대차에 있어 최대 판매국이었다"며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역성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이 새로운 판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일본 오사카의 현대자동차 오사카 고객경험센터(CXC) 1층 전시장에 인스터 EV(왼쪽)와 아이오닉 5가 전시된 모습(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취재). 2025.10.30.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