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 대신 EV5…전기차, 하이브리드 판매량 추월

2월 전기차 판매 3만5766대…하이브리드 2만9112대 추월
보조금·고유가 영향…같은 차급 내 전기차 선택 늘어

기아 스포티지(왼쪽)와 EV5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요 지형이 빠르게 뒤집히고 있다.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벗어나면서 전동화 전환기의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던 하이브리드를 추월했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정면 경쟁하는 구도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동 상황으로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돼 전기차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인지 주목된다.

1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5766대로 집계됐다. 이는 하이브리드 판매량(2만9112대)을 넘어선 수치다. 전기차 판매가 월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를 앞지른 것은 이례적이다.

연료별로 보면 전기차는 전년 대비 170% 증가하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하이브리드는 17.1% 줄었다. 연료별 판매 순위는 휘발유 4만8649대, 전기차 3만5766대, 하이브리드 2만9112대 순이었다. 지난해 하이브리드(45만2714대)가 전기차(22만897대)보다 2대 이상 많이 팔린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전기차 성장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같은 브랜드 내 하이브리드 수요를 전기차가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000270)의 경우 2월 전년 대비 210.5% 증가한 1만448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18.2% 판매량이 감소하며 1만326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005380) 역시 전년 대비 86.2% 증가한 995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하이브리드가 1만458대로 전기차보다 많이 팔렸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1% 줄며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차종별로 보면 전기차가 기존 인기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지르는 사례도 나타난다. 기아의 경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월 1301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2343대) 대비 1042대(44.5%) 감소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전년 6880대에서 올해 6057대로 823대(12%) 판매량이 줄었다. 반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는 2524대가 판매되며 준중형 SUV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대형 RV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2981대로 전년(4174대) 대비 1193대(28.6%) 줄었다. 반면 PBV(목적기반차량) 모델인 PV5는 3967대가 판매되며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였다.

현대차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투싼 하이브리드는 2월 각각 2186대, 1303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716대(44%)와 1083대(45.4%)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 아이오닉5는 전년 대비 120% 증가한 3227대가 판매됐다.

대형 SUV 시장에서는 팰리세이드가 2023대로 전월(3369대) 대비 1346대(40%) 줄었지만, 전기 대형 SUV 아이오닉9은 1751대 판매되며 전월(224대) 대비 681.7% 급증했다.

이 같은 역전극의 핵심 원인은 '가격'이다. 보조금 혜택에 제조사 할인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전기차의 실구매 가격이 하이브리드와 비슷하거나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V5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경우 실구매가가 3000만 원 후반에서 4000만 원 초반대로 비슷해지자 소비자들은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 이란발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 점도 전기차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료비 부담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로 가기 전 단계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가격 경쟁력이 맞춰지면서 소비자 선택이 빠르게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제는 브랜드 간 경쟁이 아니라 같은 차급 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간의 직접 경쟁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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