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유럽 생산거점 확보…'K-타이어' 최대 매출 유럽 정조준

한국·넥센 이어 금호, 유럽공장 구축…유럽, 매출 비중 1위 지역 등극
광주공장 화재에도 8천억 투자 결단…시장 성장에 한국·넥센도 공장 증설

국내 타이어 3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CI와 유럽연합(EU)기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가 최근 유럽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광주공장 화재로 대규모 해외 투자가 지연될 거란 예상과 달리 투자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2028년 유럽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넥센타이어(002350)에 이어 국내 타이어 3사 모두 유럽 생산 거점을 갖추게 된다. 유럽이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의 본산인 데다 안전 규제로 타이어 교체 수요가 꾸준한 시장인 만큼 현지 생산으로 매출 증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전화위복 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함평 이전·유럽공장 신설 '투트랙' 결단

22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5억 8700만 달러(약 8606억 원)를 투자해 2028년 8월 가동을 목표로 폴란드 남부 오폴레 지역에 첫 유럽공장을 건설한다. 1단계 생산 규모는 연간 600만 본으로 지난해 연간 생산량의 9% 수준이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금호타이어가 유럽공장 건설을 확정한 건 지난해 내부 논의에 착수한 지 1년 만이다. 몇 년은 더 걸릴 거란 업계 예상을 깨고 신속하게 결정됐다. 지난 4월 신제품 행사에서 정일택 대표이사 사장이 관련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폴란드, 세르비아, 포르투갈 3곳으로 후보 부지가 좁혀졌다고 밝혔다. 당시 정 사장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뿐 반드시 한다"며 유럽공장 건립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제2공장 설비 상당수가 소실되면서 광주공장 재건 및 전남 함평으로의 공장 이전 문제가 대두됐고, 유럽공장 건설은 미뤄질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액만 70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가동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이 올해 5000억 원에 육박해 당장 큰돈이 들어가는 해외 공장 건립은 어려울 거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유럽 시장 중요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게 금호타이어 측의 설명이다. 광주공장 화재도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4년간 연평균 41%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 "광주공장 화재가 전화위복이 돼 함평 이전 작업과 유공장 신설이란 투트랙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공장 함평 이전은 부지 용도변경 문제에 가로막혀 지난 6년간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화재 이후 광주시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지난 9월 이전이 확정됐다. 함평 신공장에는 6600억 원을 투자한다. 광주시의 지원 아래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 용지로 변경할 수 있게 될 경우 토지 매각 대금을 함평 신공장 및 유럽공장 건립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측이 파악한 광주공장 부지 매각 가치는 1조 4000억 원이다.

지난 2월 스웨덴 외스테르순드 서킷에서 개최된 '금호 윈터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금호타이어 겨울용 타이어 '윈터크래프트 WP52+'를 장착한 BMW, 아우디 차량이 스노우 핸들링 구간을 질주하는 모습(자료사진. 금호타이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02.20.
프리미엄 OE 확대, 겨울철 규제 강화…연평균 3.8% 성장 전망에 유럽 증설 활발

유럽은 이미 국내 타이어 3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각 사 연간 매출에서 유럽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타이어의 경우 45%, 넥센타이어는 4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북미, 중국 등 지역별 매출 비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유럽 매출 비중 추정치는 27%로 전체 권역 중 북미(34%) 다음으로 높다. 폴란드공장이 2028년 양산에 돌입할 경우 유럽 매출 비중이 34%까지 올라설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 매출 비중 확대는 각 사가 현지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늘린 데다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한 결과다. 국내 타이어 업체 중 최초로 2008년 헝가리 라칼마스에 유럽공장을 지은 한국타이어는 이듬해 아우디 'A3'에 OE를 납품하며 현지 프리미엄 OE 시장에 진출했다. 넥센타이어는 2016년 포르쉐 '카이엔'을 통해 프리미엄 OE 공급을 시작했고, 2019년에는 체코 자테츠에 유럽공장을 완공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2007년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에 OE를 공급했다.

유럽 각국이 타이어 규제를 강화한 것도 현지 교체용 타이어(RE)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 대표적인 게 겨울용 타이어 규제다. 그동안 대부분의 유럽국들은 타이어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부착한 'M+S'(진흙·눈) 기호가 있으면 겨울철에도 해당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독일이 M+S 타이어의 겨울철 운행을 전면 금지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이에 동참했다. 이들 국가에서 겨울에 차량을 운행하려면 외부 시험기관의 테스트를 통과한 '알파인(3PMSF)'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

알파인 기호는 3개의 산봉우리(3PM·Three-Peak Mountain)에 눈송이(SF·Snowflake)가 들어간 모양으로 눈과 얼음 위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함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은 타이어 성능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며 "겨울철 알파인 타이어 장착 의무가 없는 곳에서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서머 타이어로 고성능 주행을 즐기다가, 겨울에는 알파인 타이어로 갈아 끼우는 소비자들이 많아 서머 타이어와 알파인 타이어를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드 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503억 달러(약 74조 원) 규모였던 유럽 타이어 시장은 겨울용 타이어 호조에 연평균 3.84% 성장, 2030년에는 631억 달러(약 9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시장 성장세에 국내 타이어 사들의 유럽공장 증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공장에 연간 80만 본의 대형 트럭·버스 타이어를 생산하는 신규 라인을 증설 중이다. 넥센타이어는 체코공장에서 연간 500만 본의 타이어를 추가 생산하는 증설 작업을 지난해 마쳤는데, 내년 1분기 증설 라인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헝가리 라칼마스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유럽공장 전경(자료사진. 한국타이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