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나와" 고함 치는 손님, 한국토요타 어떻게 응대할까[르포]

스킬 콘테스트, 전국 8개 딜러사 소속 본선 진출자 53명 경연
차량 정비부터 고객 응대까지 상황 가정해 실무역량 평가

8일 경기 용인 소재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개최된 제7회 '2025 도요타 스킬 콘테스트'에서 도요타 서초센터 테크니션이 일반 정비 부문에 참가해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 내 하이브리드 시스템 고장 부위를 찾고 있다. 2025.11.08/뉴스1 김성식 기자

(용인=뉴스1) 김성식 기자 = 절연장갑을 낀 도요타 서초센터 테크니션이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 엔진룸에서 인버터를 꺼내 이리저리 만져봤다. 이후 조수석 글로브 박스로 이동해 전자제어장치(ECU) 전선에 집게 모양의 검사 장비를 갖다 댔다. 모두 고장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지난 8일 경기 용인 소재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개최된 제7회 '2025 도요타 스킬 콘테스트'. 프리우스 차량이 주행 중 하이브리드 시스템 고장으로 멈춰 정비센터에 입고된 상황을 가정해 '일반 정비' 부문 경연이 진행된 모습이다.

ECU 전선이 끊어진 게 차를 멈춘 원인으로 밝혀졌다. 테크니션은 즉각 전선 교체 작업에 돌입했다. 종료 시각을 불과 1분 남겨 놓고 반대편에서 도요타 대구센터 테크니션이 정비하던 프리우스 차량에 시동이 걸렸다. 경쟁자의 성공에 서초센터 테크니션도 숨을 고르며 ECU 전선을 다시 한번 매만졌다.

운전석에 앉아 다시 시동을 켜자 차가 부르릉 소리를 냈다. 종료 시각까지 남은 시간은 25초에 불과했다. 그 소리에 숨죽이며 지켜보던 테크니션의 아내와 어린 두 딸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50분간 이어진 경연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던 테크니션도 이제는 미소를 띤 채 자신에게 달려온 딸아이를 안아줬다. 그는 "긴장해서 그런지 시간이 빠듯했던 것 같다"면서도 "시동이 걸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8일 경기 용인 소재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개최된 제7회 '2025 도요타 스킬 콘테스트'에서 도요타 서초센터 고객 지원(CR) 매니저가 CR 경연에 참가해 고객의 불만을 경청하고 있다. 2025.11.08/뉴스1 김성식 기자

'고객 지원'(CR) 경연장에선 갑자기 고성이 나왔다. 건장한 체격의 고객이 하이브리드 브레이크에 탑재되는 브레이크 액추에이터가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결함을 주장하며 사장을 불러오라는 것이다. 이에 도요타 서초센터 CR 매니저가 스스로를 "사장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더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책임지고 해결할 테니 조금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심사위원들은 CR 매니저가 고객 성향에 맞는 화술과 화법을 구사하는지, 문제 속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 고객 역할을 맡은 사람은 한국토요타자동차 고객 상담실 팀장이었다. 그는 "실제 고객 상담 녹취를 토대로 연기했다"며 "답답한 마음에 사장을 찾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 이들의 불만을 경청하고 사장을 거치지 않고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반 정비와 △고객 지원 부문 외에도 이날 스킬 콘테스트에선 △서비스 어드바이저 △세일즈 컨설턴트 △부품 스페셜리스트 △판금 △도장 등 총 7개 부문에서 사전 예선을 통과한 전국 8개 도요타 공식 딜러사 소속 총 53명의 본선 진출자가 실력을 겨뤘다.

서비스 어드바이저 부문에선 고객 차량 입출고 과정에서의 응대 태도와 절차 수행 능력을, 세일즈 컨설턴트 부문에선 금융 상품 제안 역량이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부품 스페셜리스트 부문에선 고객 주문품 관리의 정확도를 검증했고, 판금과 도장 부문에선 각각 쿼터 패널 용접과 스프레이 작업으로 차량 외관 품질의 완성도를 심사했다.

그 결과 부문별 우승은 △서비스 어드바이저(용산센터, 한현진) △세일즈 컨설턴트(용산, 신재훈) △고객지원(대전, 권기범) △부품 스페셜리스트 (서초, 조용빈) △일반 정비(분당, 양형모) △판금(대전, 김수연) △도장(서초, 윤용현) 등이 차지했다.

8일 경기 용인 소재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개최된 제7회 '2025 도요타 스킬 콘테스트'에서 판금 경연에 참가한 도요타 딜러사 직원이 자동차 쿼터 패널을 용접하고 있는 모습(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2025.11.08.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핵심 서비스 철학인 '정확·친절·신뢰'를 기반으로 딜러사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기술 경연 대회인 '스킬 콘테스트'를 2002년부터 도요타, 렉서스 브랜드별로 격년으로 개최해 왔다. 통상 자동차 회사 기술 경연은 정비, 판금, 도장 등만 겨루는 경우가 많은데 고객 응대 역량까지 평가하는 것이 스킬 콘테스트의 특징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 10월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 연례 자동차 기획 조사에서 도요타는 국내 판매 서비스 만족도(SSI)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애프터서비스 만족도(CSI) 부문에서는 2년 연속 2위를 기록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도요타 산학협력 프로그램 'T-TEP'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이날 경연장에 초청했다. 아주자동차대와 경기자동차고에서 총 43명이 참가해 도요타 딜러사 직원들이 가진 기술을 두 눈으로 관람했다.

아주자동차대 1학년생 윤호재 씨는 "우리가 쓰는 절연장갑을 테크니션들이 끼고 검사 장비를 사용해 고장 난 부위를 진단하는 게 인상 깊었다"며 "원래도 테크니션을 꿈꿨는데, 실제 현업에 있는 선배들을 보고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스킬 콘테스트는 단순한 기술 경연이 아닌, 딜러사 직원들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며 성장하는 배움과 도전의 장"이라며 "차별화된 기술 역량과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행복과 신뢰를 지속해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8일 경기 용인 소재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개최된 제7회 '2025 도요타 스킬 콘테스트'에서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왼쪽 다섯번째)이 부문별 우승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2025.11.08.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