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지각변동]㊤벤츠 내년 '직판제' 도입…상생 vs 구조조정

벤츠 코리아, 11개 딜러사와 논의 중…딜러사 지급 '수수료율' 쟁점
딜러사별 가격 제각각 해소…재고 부담 딜러사→수입사로

2022년 5월 서울 시내의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모습(자료사진). 2022.5.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내년부터 자동차 판매 방식을 딜러사를 통한 간접 판매에서 제조사 직접 판매로 전환한다. 딜러사가 가진 소매 판매 권한을 벤츠 코리아가 확보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출혈 경쟁에 시달리는 딜러사도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어 수입차 업계에 상생 구조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폭이 줄어들 수 있어 '직판제'가 판매량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시행 중인 직판제 '리테일 오프 퓨처'(ROF)를 내년 4월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올여름부터 ROF 세부 사항을 11개 딜러사와 조율하고 있다. 주요 쟁점은 벤츠 코리아가 딜러사에 지급할 중개 수수료율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수수료율과 관련해선 여전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11개 딜러사들이 모두 동의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수입사인 벤츠 코리아가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면 딜러사가 이를 도매로 구입한 뒤 매달 할인율을 정해 소비자들에게 소매 판매하는 형태다. 그러나 직판제가 시행되면 딜러사들은 수입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뒤 벤츠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중개 수수료를 받게 된다. 2023년 직판제가 도입된 영국에선 벤츠 수입사가 딜러사에 약 5%의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딜러사·영업사원 '제살깎기 경쟁' 끝날듯…수익성 악화하는 딜러사에 도움

벤츠 코리아가 소매 판매에 관여하려는 이유는 국내 수입차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천차만별인 소비자 판매 가격을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딜러사들이 앞다퉈 가격 경쟁에 나서다 보니 딜러사마다 매달 할인율이 상이했다. 여기에 더해 실적이 필요한 딜러사 영업사원들은 자신의 판매 수당을 깎아가며 딜러사 공식 할인과 별개로 소비자들에게 추가 할인을 제공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차량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할인율이 좋은 딜러사와 영업사원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직판제가 안착할 경우 소비자들은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동일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가격 정찰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다만 가격 할인이 없는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딜러사 자율에 맡겼던 할인 정책을 수입사가 관리하게 된다"며 "차량 수급 현황에 맞춰서 할인 정책을 시행하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부연했다.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더 뉴 메르데스 벤츠 AMG GT가 공개되는 모습(자료사진). 2025.4.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딜러사 입장에선 직판제 전환 시 재고 부담을 수입사에 이관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48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썼다. 2위 딜러사인 HS효성더클래스는 지난해 13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년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2023년 666억 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국내 벤츠 판매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딜러사의 재고 부담이 늘어난 게 수익성 악화를 부른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2022년 8만 976대로 7년 연속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던 벤츠는 2023년 7만 6697대, 2024년 6만 6400대로 판매량이 감소, BMW에 2년 연속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재고액은 한성자동차 4232억 원, HS효성더클래스는 1635억 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매년 연식 변경 모델이 나오기 때문에 연말 재고는 이듬해 헐값에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우려하는 딜러사 노조…벤츠 코리아 "고객 대면, 딜러사 몫으로"

다만 직판제 시행으로 딜러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자칫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성자동차, HS효성더클래스를 비롯한 벤츠 딜러사 4곳에 속한 영업사원들이 노조원으로 가입된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는 지난달 벤츠 코리아 본사 앞에서 장외 집회를 열고 앞으로 결정될 딜러사 수수료율에 영업사원들의 임금과 고용이 달린 만큼 관련 협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딜러사 고용 문제는 수입사가 관여할 수 없는 딜러사 고유의 권한"이라면서도 "일부 수입사들이 시행했던 직판제처럼 판매 공간을 딜러사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수입사 온라인 홈페이지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며, 벤츠 소비자들도 전시장 구매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코리아 대표도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직판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딜러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딜러사가 고객과 대면하는 첫 번째 접점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며 "딜러사 영업사원들의 역할에는 변화가 없고, 우리와 고객 사이의 연결자로 고객 기대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가 지난 6월 제주 '엠버 퓨어힐 호텔 앤드 리조트'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개최한 '2025 벤츠 드림 라이드' 시승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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