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답이 됐으려나"…투싼에 '킹차 갓무직' 붙인 현대차 배짱
현대차, 쇼트폼 영상에 사용…원래 조롱 밈이지만, '사실이면' 부러움
중장년층 소비자 벗어나 2030 타깃 전략도 담겨…각종 편의기능 강화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이 정도면 답이 됐으려나."
현대자동차(005380)가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투싼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광고 영상에 '밈(인터넷 유행어)'을 씌웠다. 경쟁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 못지않게 2030 젊은 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6일 투싼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날개를 달다'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을 송출했다. 투싼 전면 그릴을 '날개'로 비유해 투싼 소유자의 생활에서도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대차는 광고 속 주인공의 서사가 담긴 1분짜리 영상 외에도 투싼의 신 기능을 간결하게 나열한 쇼트폼 콘텐츠도 함께 제공했다.
쇼트폼 콘텐츠에서는 공간의 장점, OTA 기능,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을 보여주며 마지막에 '이 정도면 답이 됐으려나'라는 멘트를 달았다.
해당 멘트는 지난 2020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대차 관련 '밈'이다. 학벌 관련 게시글에 "현대차 사무직이다. 답이 좀 됐으려나"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조롱의 의미를 담은 밈으로 발전했다. 해당 밈은 현대차 사무직을 두고 '킹차 갓무직'이라고 부르는 별칭까지 만들어냈다. 생방송 코미디 방송인 SNL에서 이를 차용하기도 했다.
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엔 쉽지만, 휘발성이 강하고 밈 대상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기도 한다. 현대차의 '킹차 갓무직' 밈도 원조는 조롱이다. "내가 ○○ 다니는 거 숨겨도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 만나고 싶다"는, 헛웃음을 나오게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박제가 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현대차가 이 밈을 썼다는 건 그게 헛말이 아니라는 자신감으로도 읽게 된다. 말도 안되는 허세일 땐 조롱하지만, 그럴 만하다 싶으면 부러움이다. 신형 투싼을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얘기다.
또한 이 밈은 쇼트폼 콘텐츠에만 사용됐는데, 1분 이내의 쇼트폼 콘텐츠는 2030 연령층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콘텐츠다. 투싼의 젊은층 공략의 일환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투싼을 가장 많이 선택한 연령층은 50대와 60대로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각각 9341대, 8637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30대에서는 5906대, 20대는 3194대 판매에 그쳤다. 반면 경쟁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는 50대 판매량(1만1911대)도 적진 않았지만,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인 세대는 30대로 1만 3394대가 팔렸다.
이번 부분변경에서도 외관보단 실내 편의 기능을 대폭 개선했는데, 이 역시 젊은 층의 요구를 맞춘 것이란 평가다.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연결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세련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블루링크 스트리밍으로 왓차·웨이브 등 OTT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현대차 모델의 주요 단점으로 꼽히던 무선 폰 프로젝션(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도 적용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관 디자인이나 실내 편의기능 등으로 투싼은 중장년층, 스포티지는 젊은 층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부분변경으로 젊은 층을 끌어당기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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