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하드웨어는 '성공적'…현대차그룹, 이제 소프트웨어로 간다

포티투닷 인수·美 AI 연구소 설립 등에 1조원 가량 투자
"SW 아직 도전자 수준…자율주행·UAM 등 미래 모빌리티 SW 더 중요"

지난 6월 9일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전기차 로보라이드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2022.6.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다시 미래 모빌리티로 변화·발전하는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SW 벤처 기업 인수, 글로벌 SW센터 설치, AI 연구소 설립 등에 1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하드웨어(HW)로 인정 받았고, 이제는 SW 강화로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포석을 다지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4277억원(현대차 2747억원, 기아 1530억원)을 들여 자율주행 벤처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공유차량 SW 개발과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TaaS 본부와 에어스(AIRS) 컴퍼니 등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 수립·인공지능(AI)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을 포티투닷으로 통합했다.

현대차그룹은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개발 체계 조기 전환 및 SW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SW 센터'도 국내에 설립한다. SDV는 연식 변경 없이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만으로 차량의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미국에도 로봇 인공지능(AI)연구소를 설립한다. 미국 내 보스턴다이내믹스 AI 연구소를 신규 설립하면서 현대차가 2760억원, 기아 1656억원, 현대모비스 1104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 그룹이 이처럼 SW 역량 강화에 1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미래차 시장으로 가기 위한 다음 스텝이라는 해석이다. 아이오닉5·EV6 등 E-GMP로 대표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HW는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기아가 점유율 9%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테슬라(70.1%)와 격차는 크지만, 포드·GM 미국 완성차 업체들보다 우위에 서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Auto Bild)'에 따르면 현대 아이오닉5는 폭스바겐·폴스타 등을 제치고 전기차 모델 비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아 EV6도 폭스바겐 ID.5를 제쳤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현대차의 하드웨어 설계는 글로벌 톱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그 다음 관건은 소프트웨어"라며 "현대차 입장에서 소프트웨어는 아직 '도전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압도적인 1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전기차 전환의 선도주자 역할을 한 탓도 있지만, '오토파일럿'으로 대표되는 자율 주행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등 SW의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UAM 등 전기차 이후의 미래 모빌리티는 SW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모빌리티는 다 일종의 가전제품으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역량이 중요해진다"고 내다봤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SW 역량 강화를 위한 각자의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SW 전문조직인 CARIAD를 신설해 2026년까지 1만명의 직원을 확보하고, SW와 디지털 기술에 300억유로(약 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GM은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인 크루즈 오토베이션(Cruise)를 통해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상용화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율주행에 대한 것을 우선적으로 봐야하고, 그 다음은 인포테인먼트, 세번째는 차량 제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며 "이런 소프트웨어의 '사용자 편의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3월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자율주행 1조6000억원, 모빌리티·플랫폼 1조2000억원, 커넥티비티 1조원, UAM·로보틱스·AI에 4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포티투닷 인수, 보스턴다이내믹스AI 연구소 투자는 미래 사업 역량 확보 투자 계획의 실행 차원"이라며 "전기차 전용 HW 플랫폼의 성공적인 론칭 후 2024년 로보 택시 상용화 계획을 지원할 수 있는 SW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로봇·UAM 등으로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