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실효성 의문 물가안정목표제 대안 찾겠다…당분간 유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단적 위험회피성향 '슈퍼세이버' 증가할 것"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 경계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5.28/뉴스1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현행 물가안정목표제(2%)를 유지하되, 대체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밑도는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대 중반이었으나 4월 0.1%를 기록한 뒤 5월 -0.3%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8년 말 3년 주기로 운영해 왔던 물가안정목표를 2%로 고정하는 것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 총재는 25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한국은행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 활용할 것"이라며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통화정책 체계도 국제 논의를 참조해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까지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정책체계에 관해 이론적 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현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관리 등 다양한 수단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정책수단들은 과거 비전통적인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세계가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 저물가를 겪으면서 차츰 일반적인 정책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은 단순히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더라도 경제주체와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 매출 급감을 경험할 경우 극단적 위험회피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세이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경우 해당 경제주체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될 수 있으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성장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 더뎌지고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한은은 코로나사태로 인한 충격이 우리 경제에 항구적인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인하하는 한편 무제한 RP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가능성을 경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기가 진정된 이후 확장적인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방안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