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막았다"는 하태경…"왜 보험연수원이 하나"10억 출자 논란
하태경 “금융위 부당 개입” 규제신문고에 시정 요구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10억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합작법인 출자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금융위원회가 사업을 막았다"며 규제당국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사사인 보험사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교육기관인 보험연수원이 왜 해외 업체와 AI 법인을 설립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금융위의 개입 여부와 별개로 사업의 필요성과 수익성, 합작업체 선정 근거부터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 원장은 최근 보험연수원의 AI 합작투자에 금융위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규제신문고에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조사와 시정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하 원장은 2024년 9월 취임한 뒤 보험연수원을 'AI 신금융 교육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AI 교육과정 개발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왔다. 보험연수원은 지난해 12월 정기 이사회에서 자회사 설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상정해 이사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후 보험연수원은 올해 초 '교육용 토큰 발행'과 'AI 자회사 설립 및 출자'를 위한 정관 변경 허가를 금융위에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정관 변경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합작법인 출자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보험연수원은 올해 상반기 개발한 AI 세일즈 코치와 AI 시험 출제 시스템, AI 학습경험플랫폼(LXP) 등 교육용 솔루션을 상용화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총 25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연수원과 대만 위즈덤가든이 각각 10억 원, 싱가포르 X402랩스가 5억 원을 출자하는 구조다. 보험연수원은 대법원 판례와 법무부 유권해석,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 등을 토대로 비영리법인의 부대사업과 소수 지분 출자가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차기 원장 취임 후 3개월 이내에 출자금 10억 원 전액을 회수할 수 있는 풋옵션도 마련했다는 게 하태경 원장의 설명이다.
합작법인 출자를 위해서는 보험사들로 구성된 보험연수원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달 7일 ‘AI 신사업 합작투자 및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던 이사회는 연기됐다.
하 원장은 금융위 담당 부서장이 지난 7월 “금융위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연수원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가,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금융위 관계자가 보험사에 연락해 “합작투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 원장은 금융위가 법적 근거 없이 보험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이사회 개최를 막았다고 보고 규제신문고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보험연수원은 보험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민간 사단법인이지만 금융위원회를 주무관청으로 두고 있어 정관 변경 등 주요 사안에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의 개입 여부와 별개로 보험연수원 내부와 이사사인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합작투자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험연수원 노조는 AI 합작법인 설립이 연수원의 공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사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연수원은 보험산업 종사자의 교육·훈련과 전문지식 보급을 담당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노조는 연수원의 명칭과 회원사 네트워크, 교육 콘텐츠, 시스템, 내부 인력, 공적 신뢰 등이 특정 영리법인의 사업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업의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판단할 구체적인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솔루션의 예상 매출과 손익분기점, 시장 수요, 경쟁업체 대비 강점, 투자금 회수 계획, 사업 실패 시 손실 부담 주체 등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 합작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쟁점이다. 보험연수원이 대만 위즈덤가든과 싱가포르 X402랩스를 합작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와 평가 기준, 출자금 산정 근거, 다른 후보 업체와의 비교 자료 등이 공개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사사인 보험사들도 현재 제시된 사업계획만으로는 합작법인 출자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보험연수원의 주요 업무는 보험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자격교육과 세미나, 보험모집종사자 등록·보수교육, 보험대리점·보험심사역 등 각종 자격시험 관리다. 해외 진출을 전제로 한 AI 솔루션 사업이 보험연수원의 설립 목적 및 기존 업무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회원사 분담금 등을 통해 보험연수원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출자 재원의 성격과 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별 부담액으로 나누면 10억 원이라는 출자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면서도 “보험사와 관련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경영진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기대수익과 투자금 회수 방안, 손실 가능성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하 원장이 제기한 금융위의 부당 개입 여부와 별개로 AI 합작법인 사업이 보험사와 내부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연수원은 보험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돼 관련 분야의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기존 교육사업과 성격이 다른 AI 합작사업을 추진하려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토대로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고 내부 구성원과 이사사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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