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유증의 시간' 언제까지…금리하락·환율상승에 기본자본 '악화'

작년 3분기 보험사 기타포괄손익 3조4153억원 적자…1년새 약 6조원 '증발'
내년 1분기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단, 2035년까지 경과조치 시행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8.46포인트(0.84%) 오른 4624.78, 코스닥은 1.90포인트(0.20%) 오른 949.82으로 장을 마쳤다. 오후 3시 3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10.8원 오른 1468.4원을 기록했다. 2026.1.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리 하락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보험사의 기타포괄손익(OCI)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조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근원적 자본인 '기본자본'도 크게 줄어들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보험사의 기타포괄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5조 7118억 원 감소해 3조 4153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기타포괄손익은 보험사의 재무제표에서 순이익 외에 채권 평가 손익, 외화 환산 차익 등 현금 흐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목들이지만, 자본 건전성 측면에서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기타포괄손익 '적자' 삼성생명·화재 빼고 다 줄었다…1년 사이 약 6조 '증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기타포괄손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대부분의 주요 보험사들은 적자가 확대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기타포괄이익은 19조 73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했으며, 삼성화재는 4조 4944억 원으로 41.8% 증가했다. 이들 보험사의 성공적인 실적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성화재도 1.49%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지난 9월 30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 1500원에서 8만 3900원으로 36.4% 증가하였다. 연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가 증가폭이 더 확대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기타포괄손익은 추가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한화생명은 2조 2306억 원, 교보생명은 2조 9883억 원, 신한라이프는 2조 2194억 원, NH농협생명 2조 1597억 원, 동양생명 1조 415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이 2조 4406억 원, 메리츠화재가 9047억 원, 현대해상이 3조 3109억 원, KB손해보험이 1조 32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중소형 보험사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험사의 지난해 기타포괄손익 감소는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평가 손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 자산 평가 손실, 그리고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 조정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험사의 기타포괄손익 감소는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인 지급여력 기준 금액을 요구 자본인 지급여력 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가용 자본은 손실 흡수 능력에 따라 기본 자본과 보완 자본으로 구분된다.

기본 자본은 자본금, 자본 잉여금, 이익 잉여금, 기타 포괄손익 등으로 구성되며, 위기 발생 시 손실을 확실히 흡수할 수 있는 근원적 자본이다. 반면 보완 자본은 후순위채, 신종 자본 증권 등의 자본성 증권으로 규제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본질적으로는 '부채'에 해당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할인율 현실화 및 듀레이션 규제 도입 방안, 저출산 지원 3종세트 운영방안 등이 논의됐다. 2025.10.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내년부터 기본자본 킥스 비율도 '규제'…기타포괄손익 감소에 보험사 '울상'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킥스비율만 관리해 왔으나, 내년 1분기부터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도 규제에 나선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권고 수준 80%, 규제 수준 50%로 유지해야 한다. 다만, 2035년 말까지 8년간 경과조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기타포괄손익과 함께 기본자본 구성 요소인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순이익 증가로 늘었고, 자본잉여금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이익잉여금은 60조 16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는 57조 2697억 원으로 7.8% 늘었다. 또 생명보험사 자본잉여금은 10조 2314억 원으로 0.8% 감소했고, 손해보험사 자본잉여금은 2조 9553억 원으로 2.1% 줄었다. 손보사의 자본잉여금 감소는 MG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이 빠진 영향이다.

결국, 기타포괄손익 감소로 인해 보험사의 근원적 자본으로 평가되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인 50% 미만인 보험사는 iM라이프(-5.2%), KDB생명(32.4%), 롯데손해보험(-16.8%), 하나손해보험(9.4%), 흥국화재(42.1%) 등이다.

또 권고 수준인 80% 미만인 보험사는 처브라이프생명(50.1%), 동양생명(53.5%), 한화생명(57.0%), DB생명(67.1%), 푸본현대생명(72.0%), ABL생명(77.1%), 현대해상(59.7%), NH농협손해보험(76.5%) 등이다.

해지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 요구하는 보험사…"유상증자까지 아직 시간 남았다"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주주의 유상증자다. 유상증자 외에도 영업이익 확대 또는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 발행 등의 방안이 있다. 그러나 보험업의 특성상 단기간 내 영업이익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고, 자본성 증권은 지금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발행해야 기본자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은 지난해 말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또 지난해 12월 30일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대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KDB생명 지분율은 97.65%에서 증자 후 99.66%로 증가했다. 산업은행은 올해도 추가로 3000억~5000억 원 정도의 증자를 추진해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로 보면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양생명 등은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 대주주들의 유상증자 여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보험사에 자본을 조달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대주주의 경영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기후 위기 등으로 보험사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유상증자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계속 강화되고 있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대주주 입장에선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당장 유상증자를 서두르기보단 우선 규제 완화를 통한 이익 확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강화와 함께 해지환급금준비금 등 규제 완화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한 돈(원가부채)인데, 실제로 나갈 보험부채(시가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아 보험부채를 보수적으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지환급금 비율이 높으면 영업할수록 준비금도 커져 기본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기본자본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오는 2035년까지 경과조치를 받을 수 있어 몇몇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당장 유상증자 자체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약 10년의 기간에 해약환급금준비금 및 CSM 관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유상증자 대신 영업 및 투자로 수익성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