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암살자(들) 유탄 맞은 증권사 마케팅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표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표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복싱은 사각의 링 안에서만 진행된다.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육체적 투쟁이지만, 링을 벗어나는 순간 싸움은 즉시 중단된다. 정쟁도 정치의 영역 안에서 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한 기업을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건 격투를 링 밖으로 확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근 역사 왜곡 논란이 확대되는 영화 '암살자(들)'이 그렇다. 키움증권은 해당 영화의 주연인 유해진을 모델로 유튜브 홍보 영상을 제작했지만 모델 교체를 요구하는 비판 댓글이 이어지자 영상 댓글창을 닫았다. 대중적 호감도를 바탕으로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인데, 그가 출연한 특정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두고 광고주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에도 이런 연좌제식 비난이 제기됐다. 퇴직연금 법인 고객들에게 최근 흥행하는 영화의 단체관람을 지원했는데,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죄라는 프레임을 씌워 고발한 건 정치적 과잉 해석이다. 이를 제기한 인물도 1년에 수십건씩 고발을 이어가며 '프로고발러'로 알려진 야권 인사다. 정치권의 이념 전쟁에 기업의 경영 활동이 볼모로 잡힌 전형적인 사례다.

문화 콘텐츠를 이념적 논란에 투사해 기업의 경영 활동을 흔든 사례는 늘 있었다. 2013년 영화 '변호인'이 흥행하자 주연을 맡은 송강호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한동안 대형 투자사들은 그의 캐스팅을 망설였다. 현재 '암살자(들)'의 유해진에게 제기되는 비판과 다르지 않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서도 투자하거나 극장을 배급한 기업들이 '특정 정치적 성향을 대변한다'는 뭇매를 맞았다. 이런 행태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기업의 마케팅은 소비자 유치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기업은 마케팅 대상을 고를 때마다 이게 괜찮을지 눈치를 보고, 소재 하나하나에 자기검열을 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고 소비자가 누려야 할 문화적 혜택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당장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 퇴직연금 단체관람 마케팅을 줄이거나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 부적절한 문제 제기로 인한 결과다.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를 왜곡했는지, 예술적 상상력의 영역인지는 우리가 다룰 필요가 있는 논쟁이다. 하지만 기업의 모델 기용이나 단체관람까지 그 논쟁에서 거론하는 건 링 밖의 관중을 경기에 끌어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문화는 문화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일까.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정쟁의 방패막이로, 공격 수단으로 삼는 건 정치의 책임 전가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