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무시하는 '법기술'…한화솔루션 유상증자·삼천당제약 유상감자 [손엄지의 주식살롱]
유상증자, 조달자금 대부분이 채무상환에 쓰인다면 '악재'
아빠 주식만 소각해 아들에 몰아준 불균등 유상감자…세금 없이 증여 효과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한화솔루션(009830)이 2조 4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경영실패에 대한 부채를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 2024년 말 삼천당제약(000250)의 최대주주가 단행한 '불균등 유상감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증여세 없이 지분 구조를 바꾼 편법적인 승계 전략이라는 의혹 때문입니다.
먼저 유상증자의 개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증자란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입니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대출, 채권, 증자가 있는데 앞의 두 방식은 '빚'이지만, 증자는 원금을 갚을 필요가 없는 '투자금'을 받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입니다. 가령 전체 주식 1000만 주 중 200만 주(20%)를 가진 주주가 있을 때,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이 2000만 주로 늘어나면 이 주주의 지분율은 10%로 반토막 납니다.
물론 유상증자가 무조건 악재는 아닙니다. 조달한 자금을 '시설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 성장을 위해 쓴다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건실한 투자자를 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줍니다.
하지만 이번 한화솔루션처럼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채무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한다면 회사가 빚을 갚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다는 부정적 인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뷸균등 유상감자'는 특정 주주의 주식만 회사가 사들인 다음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감자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의 지분은 가만히 있어도 늘어납니다. 통상 시장의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을 차단하기 위해 특정 주주의 지분을 정리하거나, 경영권 분쟁을 종식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삼천당제약은 '불균등 유상감자'를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했습니다. 먼저 '소화'라는 기업이 삼천당제약의 지분 30.7%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소화는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과 그의 아들 윤희제 대표의 개인회사 '인산엠티에스'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윤 회장과 윤 대표의 회사입니다.
지난 2024년 소화는 윤 회장의 지분만 소각하는 불균등 유상감자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감자에 참여하지 않은 인산엠티에스의 지분율은 27.78%에서 43.48%로 급등했습니다. 이는 곧 삼천당제약에 대한 인산엠티에스의 지배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전략의 핵심은 '절세' 였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직접 주식을 줬다면 최고 세율 50%를 적용받아 수천억 원대의 증여세를 내야 했지만 불균등 유상감자를 활용한 덕분에 인산엠티에스가 지분법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내는 것으로 거래는 끝났습니다.
유상증자와 유상감자는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대주주의 사익 편취나 승계 도구로 악용되면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시장 환경은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안은 이러한 불균등 감자를 통한 편법 승계 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행동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소액주주연대 '액트'가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지분 결집에 나서는 등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법개정안에 따라 이사회는 '주주충실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자본 거래가 대주주만의 잔치가 아닌 주주 모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우리 자본시장은 비로소 건강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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