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 WGBI 편입 효과…해외 사례 보니 '만능 열쇠' 아니었다

자금 유입에 금리·환율 안정 기대…'매크로' 따라 갈린 타국 결과
중동발 긴장에 편입 효과 반감 전망…상단 제어 역할 그칠 듯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2026.2.5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4월 1일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금리·환율 안정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편입 당시 시장 환경에 따라 자금 유입 규모와 효과에 큰 차이가 있었던 만큼 WGBI 편입만으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것을 낙관하긴 어렵단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에 걸쳐 지수에 단계적으로 포함되며, 지수 내 비중은 2% 내외로 예상된다. 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산출하는 글로벌 국채 지수로, 주요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최소 500억 달러 이상, 최대 600억 달러를 웃도는 패시브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국채 금리가 낮아지고 원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는 기대도 번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싼 매크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 및 환율 안정 효과는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말레이·뉴질랜드·이스라엘 사례 WGBI 효과 갈려…편입 시점 매크로 환경 영향

신한투자증권이 과거 WGBI 편입 사례를 비교한 결과, 각 국가별 대내외 경제 및 금융 시장 여건에 따라 금리 영향력은 차별적이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평온한 대내외 여건 속 편입이 이뤄지며 예상 유입치의 2배인 61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신흥국 통화 강세가 부각되던 시기에 관리변동환율제 도입 수혜가 맞물리며 매수세가 몰렸고, 2007년 5~6월 말레이시아 국채 10년 금리는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약 40bp 하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과 러-우 전쟁 충격으로 인플레이션 충격이 극대화됐던 2022년 WGBI에 편입된 뉴질랜드엔 당초 예상됐던 외국인 채권 순유입 규모가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인 13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긴축과 물가 상승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금리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편입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자금이 순유출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시기에 WGBI에 편입됐다. 당시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124억달러로 예상의 약 2배에 달했다. 코로나 충격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WGBI 편입 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금리와 환율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중동발 긴장에 편입 효과 반감 전망…금리·환율 '상단 제어' 그칠 듯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금융시장이 WGBI 편입 호재만으로 방향성이 급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금리·환율 상승 완화 정도란 판단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플레이션 경계가 고조되는 등 WGBI 편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WGBI 편입) 그 자체로 방향성을 좌우할 영향력은 없다"고 짚었다.

다만 "2~3분기 중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 인상 경계가 지속될 경우 금리 상단을 제어해주는 완충 역할을,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긴축 경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단기적인 금리 되돌림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글로벌 금리 상승과 자금 이동, 환율 변동 등에 따라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한국으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예상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에 따라 비중이 변동되기 때문에 WGBI에서 제시되는 한국 비중은 1.89%보다 낮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패시브 추종 자금도 472억 5000만 달러보다 적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고 있는 점은 벤치마크 대비 비중을 낮게 가져갈 수 있는 요인"이라며 "더욱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리 상승 우려가 나타나고 있어 벤치마크 대비 비중을 낮게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