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에 흔들리는 상법개정…자사주 소각 '완화' 기류

자사주 소각 의무화…ADR·M&A 등 예외적 활용 허용 검토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자사주 소각보다 더 큰 주주가치 제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3차 상법개정안의 핵심이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일부 완화될 조짐이다. 무조건 '소각'에서 예외적 활용을 허용하는 방향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000660)의 자사주를 활용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도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정치권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기 주식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음을 명시하고,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간 자사주를 지배력 유지나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활용돼 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자사주 소각, 예외적 활용 방안 검토"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ADR 발행이나 인수합병(M&A) 등 주주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 활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자사주 소각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에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구상이 이러한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약 2.4%에 해당하는 1740만 7800주를 ADR로 상장하는 방안을 놓고 해외 투자은행(IB)들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사주 소각 의무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대규모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규제 우회 논란이 제기됐지만, ADR은 사실상 미국 내 상장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도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국 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면서 정치권의 상법개정안을 주목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기대 속 선례 논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선두 기업임에도 상장 시장과 투자자 기반의 차이로 경쟁사인 마이크론 대비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돼 왔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추정 실적 기준 마이크론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2배, SK하이닉스는 2.1배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ADR 발행에 활용해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히면 저평가 해소를 통해 더 큰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할 경우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단숨에 좁힐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법개정안 완화로 SK하이닉스의 자사주를 활용한 ADR 발행을 허용해 주면 안 좋은 선례가 남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ADR로 전환해 유동화할 경우 소각 의무를 피하면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