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는 막고, 세금은 깎고"…서학개미 유턴 위한 '당근과 채찍'

서학개미 반응 엇갈려…규제엔 반발, 세제 혜택엔 환영
해외서 국내로…개인 자금 유턴 유도책 본격화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부가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증권사들의 과도한 이벤트 마케팅은 막고, 해외 주식을 팔 때 발생하는 세금은 깎아주기로 했다.

서학개미들은 증권사 이벤트 중단에는 반발하면서도 세제 혜택에는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서학개미 유턴 '당근'…"팔고 국내 투자하면 양도세 감면"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촉진하고,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시적(1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해외주식 양도세는 수익금이 연 25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 20%(지방세 2%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만약 투자자가 1750만 원의 해외 주식을 산 후 주식이 올라 5000만 원이 됐을 때 기존에는 공제금 250만 원을 뺀 3000만 원에 대한 양도세 600만 원(지방세 별도)을 내야 했다. 그동안 평가이익이 컸던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면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다만 최대 5000만 원의 매도 금액을 한도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며,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이 차등 부여될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 국내 시장에 복귀할 경우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의 세액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식이다.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개설하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넣어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1년 이상 투자하면 된다. RIA 계좌는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전에 출시될 전망이다.

지난해 해외 주식 양도세 귀속분은 약 2조7000억 원이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해외 주식 보유 잔액이 18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 중 10%만 복귀해도 180억~200억 달러"라고 설명했다. 이어 "20%의 세금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금감원 '채찍'에 증권사 해외주식 이벤트 종료

정부는 서학개미 유턴을 위해 증권사의 과도한 이벤트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해외 투자 실태 점검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증권업계 전반에 해외투자 고객 유치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이벤트 경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1~11월 주요 증권사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 950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이 손실 계좌다. 이에 증권사들이 내년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감독 당국의 압박에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은 해외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한 고객에게 '투자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던 현금성 혜택을 중단했다. 토스증권도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미국 주식을 거래하면 수수료를 돌려주는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보유한 해외주식을 옮겨 일정 금액 이상 거래하면 현금 보상을 지급하는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를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말,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3월까지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메리츠증권은 당초 내년 말까지 예정돼 있던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다음 달 중 중단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각종 해외주식 이벤트를 막고 "금융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 해외투자와 관련한 프로모션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했다.

서학개미, 채찍엔 '분노'·당근엔 '환호'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증권사들의 이벤트를 '강제 중단'하도록 하자 온라인상에는 비난 글이 늘고 있다.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투자자 보호 차원이 맞냐. 주식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가 이런 것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등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번 조치가 해외주식 매수를 통한 달러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환율 불안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투자자들은 "이런다고 환율이 잡히나. 그냥 웃기다", "이런 조치가 정말 투자자를 위한 것인지, 환율 불안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도 드러냈다.

다만 양도세 감면에 대해서는 반기는 모습이다. 주식 게시판에는 "양도세 때문에 골 아팠는데, 이제 국장해야겠다", "미장 탈출 기회 왔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