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美 투자…본질은 최윤범 경영권 방어 유증 목적"

"미국 제련소 재무 부담, 대부분은 고려아연 몫"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고려아연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문제의 핵심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최윤범 회장 측이 자금 조달 구조와 재무 부담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과 한미 협력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채무보증한 '차입'을 '미국 투자'로 포장"

고려아연(010130)의 미국 투자에 대해 최윤범 회장 측은 "미국이 제련소 건설 자금의 91%를 부담한다",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 글로벌 금융기관이 함께 투자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실제 자금 구조를 보면,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합작법인(JV) 설립 구조상 미국 전쟁부와 전략적 투자자(SI)가 출자하는 금액은 총 6억 달러 수준이며, 고려아연 역시 약 9000만 달러를 출자한다. 반면 미국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12억5000만 달러는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이라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고려아연이 출자해 설립하는 미국 현지 사업법인이 조달하는 46억9800만 달러의 장기 신디케이트론 역시 미국 국방부 및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되는 차입금이며, 고려아연이 최대 2040년까지 8조3900억원의 채무보증을 서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전액 채무보증이 수반된 차입은 회계·재무적으로 사실상 보증 제공 회사가 직접 차입한 것과 동일한 위험을 부담한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처럼 고려아연이 실질적으로 거의 전부를 책임지는 차입 구조를 두고 이를 '미국의 투자'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을 희석하기 위한 왜곡된 설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김병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회사채보다 2~3%p 높은 금리를 '저리 자금'으로 둔갑

최윤범 회장 측은 해당 신디케이트론 금리에 대해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175bp를 가산한 저리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국내에서 고려아연이 실제로 조달해 온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3년물과 5년물 회사채를 각각 3.05%, 3.287%에 발행했으며, 이전에도 3% 초반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왔다. 이에 비해 미국 신디케이트론은 평균적으로 6%에 가까운 금리 수준으로, 국내 조달 금리 대비 2~3%포인트 이상 높은 비용 구조라는 지적이다.

미국 현지로부터의 차입이 모두 실행될 경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동일한 금액을 국내 시장에서 조달할 경우와 비교해 막대한 추가 재무 부담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구조를 두고 '저리 자금' 또는 '특혜 금융'으로 설명하는 것은 일반적인 금융 상식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혜택'으로 포장된 비용과 공시되지 않은 핵심 구조

이외에 핵심구조에 대해서도 영풍·MBK파트너스는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측의 지원 법적 근거, 비용 부담 주체, 수익 귀속 방식, 계약 구조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시나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떄문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합작법인(JV)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며, 향후 배당 및 계약상 수익을 취득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합작법인의 지분 구조, 비용 부담, 수익 배분 관계 전반은 공시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 전쟁부에 대한 신주인수권 부여, 현지 제련소 운영법인과 JV 간 주요 계약 조건 역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풍·MBK파트너스는 "문제의 본질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이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설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며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회사의 재무 현실을 흐리는 시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eon@news1.kr